“부모님 옆방에 있는데”… ‘J팝 제왕’ 소년 성적학대 폭로 터졌다

정채빈 기자 2023. 3. 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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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일본 대중음악계의 ‘신’으로 불리는 쟈니 기타가와 쟈니스 사무소 전(前) 대표가 생전에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쟈니는 2019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쟈니스 사무소는 아라시, 스맙, 캇툰 등 인기 그룹을 프로듀싱한 일본 최대 남성 아이돌 소속사다. 쟈니의 장례식에는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참석했고, 쟈니스 소속 연예인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대거 자리를 지켰다.

7일(현지 시각) BBC는 쟈니 기타가와가 생전 수년에 걸쳐 미성년자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존경받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쟈니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한 피해자 A씨는 “(성적 학대를) 참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쟈니스에는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가 있는데, 쟈니의 결정이 내려져야만 비로소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다. BBC는 이 때문에 소년들이 쟈니의 성적인 학대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15살이었던 시절 ‘합숙소’로 불리는 쟈니의 집 중 하나로 초대됐다. A씨는 “그곳에서 쟈니가 내게 ‘목욕을 하러 가라’고 말했다. 쟈니는 나를 인형처럼 씻겨줬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쟈니가 자신의 집에 방문했을 당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부모님이 저와 같은 방에 쟈니와의 잠자리를 마련해 뒀다”며 “부모님이 바로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신 가운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쟈니의 미성년자 성적 학대 의혹은 1999년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도 제기한 바 있다. BBC는 일본 언론들이 쟈니의 만행에 대해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쟈니스의 아이돌이 출연해야 매체들도 시청자, 독자, 청취자를 끌어들여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일본 언론과 쟈니스 제국의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쟈니의 만행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슈칸분슌 취재팀 일원이었던 나카무라 류타로 기자에 따르면, 슈칸분슌이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한 후 쟈니스는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해당 소송은 4년이나 이어졌다. 당시 재판부는 슈간분슌에서 다룬 피해 사례 10건 중 9건이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기각된 1건은 쟈니가 연습생들에게 술과 담배를 줬다는 내용이다.

또 BBC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수치스러움을 숨기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꼽기도 했다. 일본에서 남성 성 착취 피해자를 치료하는 야마구치 노부키는 “일본은 ‘수치(恥)’ 문화가 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며 “회복의 첫 단계는 학대가 발생했음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쟈니 사후 쟈니스를 이끌고 있는 조카 줄리 후지시마 사장은 “이번 취재 내용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투명한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자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회사 구조와 시스템을 발표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쟈니의 성적 학대 혐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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