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배울 용기...레벨 깨며 한글에 한걸음 한걸음” [헬로 한글]

2023. 3. 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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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언어학습 현실과 한계
직관적·과학적 배움터 외국인 손쉽게 학습
문법·말하기 등 마스터 단계 피드백 중요
온라인으론 한계 공인 교육과정 연계 필수

“깨야 되는 레벨이 워낙 많아 이 ‘황금 부엉이’를 얻기까지 넉 달이 걸렸어요”

미국 뉴욕에 사는 아나 페레즈(Ana Perez)는 세계 1위 무료 언어 교육 앱(App)인 듀오링고(Duolingo)에서 한국어 공부로 얻은 ‘황금 부엉이’를 자랑하며 이렇게 말했다. 황금 부엉이는 듀오링고에서 학습자가 특정 단계를 깨면 주는 트로피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방탄소년단(BTS)의 팬이지만, 취미로 한국어를 배울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앱으로 게임하듯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보고는 큰 부담 없이 배울 수 있겠다 싶어 한국어 학습을 시작했다.

“제가 영어와 관련이 적은 언어를 배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자 배우려는 용기를 갖는 게 가장 어려웠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앱으로 쌓은 실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한국어 수업을 받을 계획입니다”

접근성이 좋은 앱이나 유튜브 동영상, 소셜 미디어의 학습 콘텐츠가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학습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 페레즈처럼 BTS의 팬이라도 섣불리 한국어를 배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듀오링고의 ‘2022년 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어는 전 세계 듀오링고 학습자들에게 일곱 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언어다. 지난 2021년말 현재 한국어 학습자 수는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김지형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언어 학습에 가장 결정적인 장벽 중 하나는 그 언어가 처음에 얼마나 어려워 보이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듀오링고나 부슈(Busuu) 같은 언어 학습 앱, 그리고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간단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는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종학당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온라인 세종학당’의 첫 사업책임자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이나 온라인 서비스들이 한국어에 대한 일상적인 관심을 어학 공부로 전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근간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보통 다른 언어는 처음 배울 때 기본 알파벳과 단어들을 앱으로 공부하는 것이 권장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글은 직관적이고 과학적인 구조는 스스로 깨우치기 쉬워 앱으로도 학습하기 좋은 ‘예외’에 해당되는 몇 안 되는 문자 체계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많은 언어학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문자 체계 중 하나라고 말한다. 묵음 문자와 동음이의어가 잦은 로마자나 문맥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는 일본어나 중국어와 달리 한글은 일관되게 발음하면 되는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배우기가 쉽다.

김 교수는 이어 “한글은 또한 소리를 형성할 때 혀와 입술이 취하는 모양을 모방한다”며 “덕분에 한글을 배울 때 시각 보조장치는 학습에 매우 중요하다. 앱과 유튜브 동영상은 적절하고 재미있는 시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글을 깨우치고 연습하는 수준을 넘어 문법과 말하기 등 전반적인 한국어 공부를 마스터하려면 이런 매체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목정수 서울대 국어학과 교수는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반복”이라며 “오프라인 수업과 공식적인 훈련 과정은 학생들이 언어를 매일 연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부분이 있지만 앱이나 온라인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앱이나 산발적으로 업로드되는 온라인 한국어 콘텐츠, 수업 커리큘럼의 수준이 고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학습자들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가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해도 외국인에게는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연수 전문기관인 외교연구원은 자체 보고서에서 한국어를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배우기 어려운 언어’(an exceptionally difficult language to learn for English speakers)인 ‘카테고리 5’로 분류한 바 있다. 영어와 다른 어순, 존댓말, 종류가 다양한 구어체 등이 이유로 꼽혔다.

또 앱과 유튜브 콘텐츠는 언어 학습에서 중요한 ‘상호작용’ 면에서도 도움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학이나 과학과 달리 변형 구조가 많고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목 교수는 “언어를 배울 때 학생들이 어떤 것들을 왜 틀리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며 “앱과 유튜브 콘텐츠는 이런 피드백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어를 마스터하려면 듀오링고와 같은 앱으로 공부 습관을 기르면서 한국 정부와 대학 등 공식 기관이 공인한 교육과정을 함께 수강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한국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 공부는 반복을 통한 정직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금, 한 언어를 정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이윤서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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