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동안’ 기다린 구례산수유꽃축제…‘만일동안’ 기억에 남을 노란 꽃대궐[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3. 3. 8. 07:20

산수유꽃은 내숭쟁이다. 봄은 새침데기다. 둘의 밀당을 훔쳐보는 구경꾼은 꽃샘추위다. 산수유는 꽃망울 움을 틔워 봄기운의 눈치를 살핀다. 서로 눈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들이 내숭쟁이요 새침데기인 탓이다. 꽃망울을 빼꼼히 내민 내숭쟁이는, 새침데기가 하품이라도 할라치면 입을 벌리려다가 모른 척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곳저곳에서 순식간에 터지는 축포는 세상 노란 나라를 만든다. 지금 구례, 싹수 노란 꽃 대궐에 상춘 순례객도 마음이 동했다.

구례 산수유꽃 ‘사(4)적지’

3년 만에 귀향하는 남편은 천 일 동안 기다린 아내가 노란 리본을 떡갈나무에 내걸기를 바라며 마음 졸인다. 숱한 영화에 테마곡으로 쓰인 ‘토니 올란도&던’의 1973년 히트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all oak tree’의 가사다.
노란 리본은 조바심이요, 그리움이다. 그리고 끝내 해피엔딩이다.
이맘때면 전남 구례엔 노란 물결이 넘실댄다. 매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감은 이 노래처럼 3년 동안 노란 산수유꽃과 상춘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떡갈나무가 산수유나무로 바뀌었고, 태평양이 가른 공간적 이질감을 넘어 노란 마음은 동서양이라고 다를 바 없다.
오는 11일에는 제24회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앞선 제21~23회 축제(2020~2022년)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그 때문인지 이번 축제의 주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다. 11~19일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지와 산수유 군락지 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산수유꽃의 노란 침공에 기꺼이 마을 내준 계척마을에는 중국 산둥에서 이민 온 산수유 시목이 있다. 할머니나무로 불리며 수령은 1000년으로 알려졌다. 건너편 수락폭포 가는 길에 있는 달전마을에는 할아버지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수령은 300년이라 한다. 산수유꽃이 흐드러져 노란 물감 흩뿌린 듯한 절정을 보여주는 반곡마을, 2020년 방송된 MBN 예능 ‘자연스럽게’의 촬영지로 유명한 현천마을이 이들과 더불어 구례 산수유 4대 경승지다.

이들 마을은 모두 구례 산동면에 있다. 옛날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가져와 심었다는 산수유나무 덕을 톡톡히 봐, 아예 동네 이름을 산동으로 지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이번 산수유꽃축제에 대해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화엄사 홍매화, 구례300리 벚꽃, 섬진강 갓꽃 등 봄철 내내 우리 지역 꽃길을 걸으면서 구례의 봄 정취를 만끽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한반도 봄꽃 축제의 출발점이다.
홍매화 핀 화엄사

산수유만으로 구례 여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봄이면 어김없이 그 자태를 뽐내는 화엄사 홍매화를 빼놓을 수 없다. 6세기쯤 창건한 고찰로 백제 성왕 때 산문을 열었다. 사찰 내 각황전을 비롯해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이 있다.
이곳의 매력은 템플스테이다. 최근 BTS의 리더 RM이 이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박2일부터 6박7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화엄사 뒤꼍을 돌아가면 구층암이 있다. 이곳에서 돌계단을 따라 10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1000개의 불상이 있는 천불전과 스님이 기거하는 울퉁불퉁 모과나무를 그대로 써 이채로운 요사채가 눈을 사로잡는다.

화엄사에서 제3회 홍매화·들매화 사진콘테스트가 펼쳐진다. 산수유꽃축제에 맞춰 오는 11~26일 화엄사 홈페이지를 통해 출품작을 접수하면 된다. 출품은 개인당 한 작품으로, 프로 사진과 휴대전화 카메라 사진으로 나눠 평가한다. 수상자에게는 분야에 따라 상금 100만∼300만 원과 그에 상당하는 상품을 준다.
오산 사성암

구례 오산에 자리한 사성암은 구례 화엄사의 말사다. 사성암은 깎아지른 암벽에 지어진 사찰로 544년 연기 조사가 세웠다. 애초 오산사였지만 원효, 의상, 도선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했다 하여 사성암이라 불리게 됐다. 2014년엔 명승 제111호로 지정됐다.

암자 주변엔 풍월대, 신선대, 소원바위 등 12 비경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섬진강은 물론 구례읍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성암 옆으로 나오면 시야가 확 트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다. 구례를 사찰하기 좋은 사찰이다.

쌍산재&운조루

구례군 마산면 상사마을 쌍산재는 2021년 방송된 tvN ‘윤스테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끼 낀 투박한 돌이 박힌 오솔길이며 담을 이룬 탱자나무와 세월을 켜켜이 이고 있는 기와가 정감 넘치는 한옥은 TV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이 고택은 오씨 가문이 200년 세월을 이어온 집이다. 주인 오경영 씨는 “쌍산재는 6대조 할아버지가 서당채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그리 불리게 됐다. 쌍산재엔 그 현판 뒤에 사락당이란 당호가 붙어 있는데, 이는 쌍산의 4형제가 우애 좋게 살았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택을 한옥 펜션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집안에서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집도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반질반질 윤이 나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아직 손님을 받고 있지 않지만, 곧 오픈 일을 정하겠단다.

쌍산재에는 경암당, 호서정, 안채, 별채, 사랑채 등 여러 채의 한옥이 죽노차밭길 등 대나무 숲을 피해 곳곳에 자리해있다. 영벽문을 나서면 낚시터도 펼쳐진다. 대문 밖 당몰샘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당몰샘은 장수를 약속한다는 천년의 샘인데, 원래 집 안에 있던 것을 무시로 샘을 찾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샘을 담 밖으로 냈다. 입장료는 1만 원으로, 제공된 차와 함께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봄볕을 즐기면 그마저 힐링이 된다.

구례 운조루 고택은 조선 영조 52년(1776년) 낙안군수를 지낸 유이주 선생이 지은 집이다. 이곳은 조선 3대 명당 중 하나다. 운조루는 사랑채 누마루의 이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타인능해’라 쓰인 뒤주가 있다. 필요한 사람이 쌀을 퍼갈 수 있게 한 ‘나눔 뒤주’다. 운조루 곳곳이 보수공사 중이라 원래 뒤주는 쉽지 찾아볼 수 없지만, 운조루 고택 대문에 새로운 뒤주가 설치돼 있다. 예를 구한다는 구례의 속뜻이 뒤주 속에 가득하다.

구례 오일장&맛집

구례 오일장이 열리는 곳은 메인 스트리트다. 3일과 8일에 열리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북적인다. 좌판의 노파는 노포의 폼새가 절로 난다. 제피의 어린잎을 팔기로 하고, 인근 기름집에서 ‘쿠팡’해 고소함이 삐져나올 새도 없이 신선한 참기름을 팔기도 한다. 기름집에서 사는 게 분명 싸다는 것을 알지만, 구례 인심은 노파의 좌판에서 기름 한 병을 눈 딱 감고 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구례의 오일장은 해산물 상점, 산나물 상점, 화초 상점, 곡물 상점으로 나뉜다. 맛집으로는 장터 안쪽에 있는 팥죽과 팥칼국수를 파는 가게들과 장터 입구에는 수구레국밥집과 동아식당 가오리찜은 외지인에게도 알려진 곳이다. 40년 전통의 홍순례 할머니 뻥튀기집이며, 호떡집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봄이면 구례 고로쇠가 계절상품이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명 골리수(骨利水)라고 불린다. 이맘때면 구례 사람들은 지인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 나눠 마시듯 고로쇠 몇 통을 한 자리에서 마시기도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하물며 구례 여행 중 먹거리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야생에서 키운 산닭을 회와 구이로 파는 구워낸 산닭구이 맛집 당골식당, 송이 요리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강남가든, 민물 매운탕으로 섬진강을 담아낸 천수식당, 재첩 맛집으로 손꼽히는 섬진강재첩국수 등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 중 망중한을 느끼고 싶다면 정원과 미술관을 덤으로 볼 수 있는 반야원(플라타너스)과 시내에 있는 사나래밀을 방문해도 좋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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