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차 삼성맨 과감히 사표, 귀농 후 드론방제 등 만능활약

고영삼 동명대 교수 2023. 3.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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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은 은퇴자들이 생각해보는 인생의 한 방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귀촌 가구가 2021년에 37만 8000여 가구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귀농귀촌 지원금에 보태어 귀농에 필요한 교육 기회도 제공해준다.

관건은 성공적인 귀농귀촌인데, 어쨌든 당사자가 단단한 준비 없이 임했다간 큰코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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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2> ‘산서항공방제영농조합’ 육맹수 대표

- 회사생활 중 15년을 중국 근무
- 현지 법인장 활동 등 승승장구
- 공장 해외 이전으로 퇴직 결심

- 드론 굴삭기 각종 자격증 취득
- 주민과 항공방제영농조합 결성
- 논 300만 평 드론 활용한 방제
- 마을 이장도 6년째…농촌 안착

◇ 육맹수의 인생Tip

귀농귀촌 전에 차별화된 나만의 농업기술을 익혀라

육맹수 대표가 산서들판에서 영농조합 공동조합원과 항공방재 드론을 날리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한승현 육맹수 윤인섭 권병혁.

귀농귀촌은 은퇴자들이 생각해보는 인생의 한 방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귀촌 가구가 2021년에 37만 8000여 가구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귀농귀촌 지원금에 보태어 귀농에 필요한 교육 기회도 제공해준다. 관건은 성공적인 귀농귀촌인데, 어쨌든 당사자가 단단한 준비 없이 임했다간 큰코다친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귀농귀촌을 한 사례를 찾았는데, 바로 산서항공방제영농조합 육맹수 대표다. 그를 만나보았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귀농하신 지는 몇 년 되셨나요?

▶여기는 전북 장수군 산서면입니다. 저는 1961년생인데, 귀촌한 지는 7년이 조금 넘었네요.

-적지 않은 세월이군요. 어떠신가요?

▶저는 여기서 출생했기 때문에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은 문제가 없어요. 단지 농사일에 저 스스로 잘 적응하는가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는 무난합니다.

귀농귀촌은 편의상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 후 연고지로 돌아간 U형,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 후 비연고지로 간 J형, 도시에서 태어나 연고지로 간 I형, 도시에서 태어나 비연고지로 간 I²형이다. 귀농자의 경우 U형이 압도적으로 많으나 귀촌자는 I²형이 제일 많다. 귀농귀촌이라지만 이렇게 귀농과 귀촌은 뚜렷이 구분된다. 육 대표는 U형 귀농자이기에 정착하는데 무난했던 것 같다.

-어떤 농사 일을 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버섯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항공방제영농조합을 결성하여 운영하는 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 산서지역에는 300만 평 정도의 논이 있는데 우리 조합이 마을 전답에 일 년에 4차례 정도 드론을 날려서 방제작업을 하고 있죠.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벼농사는 벼를 병충해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장수농협에서 방제를 목적으로 무인헬기를 사용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우리 마을과는 잘 맞지 않았어요. 무인헬기가 한번 뜨면 헬기 바람이 너무 심해서 훼손되는 벼가 너무 많아지더군요. 농가의 불만이 많았어요. 저는 그것을 드론으로 대체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뜻 맞은 주민들과 드론을 활용한 방제에 대해 자격증을 따고 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더랬어요. 2019년이니 4년 전이군요.

-효과는 어떤가요?

▶엄청나죠. 예전 같으면 며칠 걸릴 작업을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죠. 벼가 망가지지도 않고요. 방제 효과도 아주 좋지요. 군에서 방제비의 50%를 보조해 줍니다. 농사짓는 사람으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젊었을 때부터 귀농 준비를 많이 하셨나 봐요.

▶저는 26살인 1987년 삼성에 입사하여 27년 차인 2015년에 퇴직했습니다. 27년 회사생활 중 15년은 중국 지역전문가로 활동했습니다. 보람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삼성어학연수원과 북경어언문화대학에서 중국어를 배우고서 중국 천진에 있는 삼성전기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신나게 일했습니다. 나중에는 삼성의 분사회사인 ㈜아이엠전자에서 법인장으로도 활동했죠.

-인생의 황금기였나요?

▶(웃음)해외 근무 수당도 좋아서 일도 하고 골프도 치며 직업인으로서 만족하며 지냈어요. 회사가 고속 성장하여 직원이 8000명 정도까지 되었어요. 문제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인건비 물류비가 치솟아 공장을 베트남 필리핀으로 이전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2013년도였는데, 이게 문제였어요. 저는 중국 전문가였기에 베트남으로 따라갈 수가 없었죠. 결국 한국 본사로 귀임해야 했습니다. 54세 때였는데, 귀임해 보니 할 일이 없더군요. 저의 용도가 끝나버린 것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직업인으로서 실전 전문성이 극에 달한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퇴직을 고민하는 상황을 맞았다. 결국 배역이 사라져버린 무대에서 무력하게 있기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아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서울은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2000만 원 주고 캠핑카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잊고자 전국 일주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정도 다니고 있던 때 메르스 전염병이 닥쳐 이마저도 쉽지 않더군요. 다시 서울은 가기 싫었고, 고민하다가 귀촌을 해버린 것입니다.

-귀촌을 먼저 하셨지만 실제 이것저것 준비를 하신 거죠?

▶저는 전라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에서 농촌 관련 교육을 100여 시간 받은 것이 참 좋았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하고 귀국한 터라 한국에 적응하기도 어려웠던 저에게 개발원의 교육은 어려운 농업 용어부터 전문지식까지 단번에 파악하게 해주더군요.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다양한 과목이 있습니다만, 저는 특히 드론 지게차 굴삭기를 배워 지게차 면허증과 굴삭기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 자격증으로 농협의 벼 수매 일을 맡아 해주면서 주민들도 사귀고 수입 거처도 마련했었어요. 집을 짓고자 했던 땅에 굴삭기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또한 뜻 맞는 분들과 드론 조종자격증을 따서 앞서 말씀드린 조합을 만들어 수입도 늘리고 정착하는 데 도움을 받았죠.

-농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만, 연고지에 가면 훨씬 쉽죠. 저의 경우 말씀드린 영농 신기술을 익힌 것도 주효했습니다. 정착하고자 하는 농어촌에 필요로 하는 기계 자격증을 취득하기를 권합니다. 저의 경우 정부에서 개설한 교육을 받았기에 비용도 들지 않았지요.

한편 마을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이 매우 중요해요. 저의 경우 마을 이장을 6년 째 하고 있고요, 산서면의 주민자치위원(5년 차)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4년 차) 장학회이사(1년 차) 그리고 번영회 회원으로서 활동을 해왔고, 이번에 지역 4대 단체장이라 할 수 있는 산서면 체육회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산서면 34개 마을을 드론으로 사진을 찍어 각 마을과 면사무소에 보내드리기도 했고요, 각종 행사 때 항공사진을 촬영해드리기도 하죠. 주민들도 사귀고 행정기관과 안면을 트는 데 도움되더군요.

-귀농귀촌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귀촌해보니 농업이 이제 과거의 농업이 아니군요. 저는 이곳에서 요구되는 기술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수입도 적지 않고 마음도 편합니다. 관건은 아내의 동의입니다. 각 가족의 상황을 감안하여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저는 평생 종교를 가지지 않았지만, 귀촌 후에는 일요일마다 성당을 반드시 함께 다닌다는 합의를 해주면서 동의를 받아내었어요.

귀촌은 쉽지 않다. 수십 년을 도시에서 직장 생활한 사람에게 귀농은 더 어렵다. 하지만 따져보면 도시의 삶은 어디 쉽기만 한가? 결국 정확한 자기 판단이 중요하다. 현재의 관성에 따르는 것이 10년 뒤에도 적절할 것인지의 판단. ‘다시 현역’의 출발점을 찾는 은퇴자는 이 판단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육맹수는 살아온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살아갈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고향에 필요한 농기술을 부지런히 습득했고 마을 전체 발전을 위한 활동에 소홀함이 없었다. 젊은 시절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온 기업인이 귀농귀촌을 통해 고향 발전을 일으키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귀농귀촌 TIP

육맹수 대표가 귀촌하여 기르는 타조.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서는 정부 기관의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귀촌 지역에서 요구되는 교육, 선택하는 작목에 대한 교육 등을 충분히 받고서 시작해야 시행착오가 없다.

-경상남도에는 경상남도 귀농귀촌 플랫폼(www.gyeongnam.go.kr/gnreturn/index.es?sid=a1)이 있다. 중앙정부의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에는 교육 외에도 방대한 정보가 있으며 1899-9097로 전화하면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농업교육포털(www.agriedu.net)에도 필요로 하는 많은 정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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