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도 뛰어들었다⋯‘사교육 공화국’

홍지상 2023. 3. 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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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2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내놔
총액·참여율·1인당지출액 등 연이어 최고치
지역별·지출규모별 차이 줄지 않고 유지돼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 전체 규모가 2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26조원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 중소도시, 광역시, 읍면지역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증가율은 읍면지역이 가장 높았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7일 전국 초·중·고교 학급 3000여곳에 다니는 7만4000명가량을 대상으로 수행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교육비는 학생들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외에 개인적인 필요로 받는 보충교육에 개인이 지출하는 비용이다. 학원·개인과외·그룹과외·방문학습지·인터넷강좌·통신강좌는 포함하지만 방과후학교·EBS교재비·어학연수비는 제외한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자료. 제공=교육부

◆사교육비 총액·참여율·1인당 지출 ‘역대 최고’=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사교육에 낸 돈은 자그마치 26조원이다. 전년에 견줘 10.8% 늘어난 것으로  2007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규모다. 

초등학생이 1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해 가장 크게 올랐고 중학생 7조1000억원(11.6%), 고등학생 7조원(6.5%) 순으로 많았다. 

사교육 참여율(78.3%)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체 학생 가운데 사교육비를 낸 학생의 비율이다. 학생 100명 중 78명은 학교 밖에서 추가 학습을 받는다는 것이다. 2021년(75.5%)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교가 85.2%로 2.2%포인트 늘었고 중학교(76.2%)가 3%포인트, 고등학교(66%)가 1.4%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학생 한명당 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학생 기준 41만원이었다. 1년 새 1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을 놓고 보면 52만4000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7.9%포인트 올랐다. 

사교육비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총액과 참여율 모두 큰 폭으로 꺾인 바 있다. 2019년 21조원을 기록했던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 19조4000억원으로 7.6%, 참여율은 74.8%에서 67.1%로 7.7%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 등교가 사실상 정상화하면서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 참여율은 75.5%를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2022년 조사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풀이된다.  

◆읍면지역 증가율 다른 지역 압도=지역·계층간 사교육 격차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역별로 봤을 때 대도시 지역은 평균 47만5000원으로 대도시 이외 중소도시·읍면 지역(36만9000원)의 1.28배에 달했다. 전년 격차(1.29배)와 비슷했다. 전년엔 대도시는 42만6000원, 대도시 외 지역은 32만9000원이었다. 

지역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제공=교육비

그러나 증가율은 의외로 읍면지역이 가장 높았다. 전체학생을 기준 읍면지역 사교육비 연평균 증가율은 14.6%로 최대치였다. 2021년 24만7000원에서 지난해 28만2000원으로 3만5000원 늘었다. 사교육에서 한발 비껴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촌지역마저 사교육 대열에 올라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은 52만9000원에서 59만6000원으로 12.8%, 중소도시는 35만9000원에서 40만1000원으로 11.7% 증가했다. 광역시는 35만8000원에서 39만5000원으로 10.4% 상승했다.  

하지만 지역별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비중은 여전히 큰 지역일 수록 컸다. 서울·광역시·중소도시는 ‘70만원 이상’ 지출 구간이 각각  35.5%, 17.6%, 18.3%로 각각 최대였다. 

반면 읍면지역은 ‘10만~20만원 미만’ 구간이 13.9%로 가장 높았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비율도 29.4%로 최고였다. 

소득 양극화는 사교육 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 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학생 1인당 64만8000원을 사교육에 썼다. 그러나 300만원 미만 가구는 17만8000원을 지출했다. 격차가 3.64배로 전년(3.75배)와 엇비슷했다.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에 많은 비용을 할애하는 추세가 여전한 것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금액별 분포. 40만원 미만 지출 학생 비율은 줄고, 그 이상 지출 학생 비율은 늘었다. 제공=교육부

또한 월평균 40만원 미만을 지출한 학생의 비중은 전년과 견줘 줄었지만, 월평균 70만원 이상을 쓴 학생 비중은 19.1%로 전년보다 3.3%포인트 늘어났다. 

◆지출 금액은 ‘영어’, 증가폭은 ‘국어’가 최대=과목별로 보면 일반교과·논술과 예체능 모두 증가했다. 일반교과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학생 기준 31만원, 참여학생 기준 49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0.2%와 6.5% 커졌다.

전체학생 기준 지출 규모를 살피면 영어 12만3000원, 수학 11만6000원, 국어 3만4000원 순으로 많은 지출액을 보였는데 증가율은 국어(13.0%), 영어(10.2%), 수학(9.7%) 순서였다. 사회·과학 과목은 9.5%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으로 학습 능률이 저하되고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 발달에 악역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어 과목 지출액 증가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충남 천안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제로 학부모들이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문의사항이 많았다”며 “성장기 언어 습득과 문해력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와 언론 보도로 언어 영역 사교육 수요가 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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