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에 윤경림 내정…이달 말 주총서 표 대결 불가피
국민연금 지분 10% 반대 가능성…현대차·신한은행 표심도 관심
57% 차지 소액주주, 정치권 인사 개입에 반발 ‘찬성표’ 규합 나서
윤 내정자, ‘전략통’으로 KT 신사업 주도 “국민기업 역할에 충실”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60·사진)이 선출됐다.
KT 이사회는 7일 대표이사 후보 4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친 뒤 윤 부문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디지털 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은 “윤 후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략통’으로 신사업을 주도한 윤 후보는 KT뿐 아니라 CJ,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10년 윤 후보는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으로 옮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현대차에서 TaaS(서비스형 운송)사업부장을 맡아 모빌리티 사업을 진두지휘하다 2021년 다시 KT에 입사해 그룹을 총괄하는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고 있다. 남은 관문은 대표 선임을 둘러싼 주주총회 표 대결로 국민연금 측과 외국인·소액주주 간 세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3%)은 정부·여당 의견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를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이자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반대로 차기 대표 선출이 또 원점으로 돌아가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장기화돼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다가 KT가 이번 선출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여권이 반대할 만한 명분도 없다.
특히 KT 소액주주들(57.36%)은 정치권 인사 개입에 반대하며 찬성표 규합에 나섰다. 최근 네이버에 개설된 ‘KT주주모임’ 카페 가입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또 비중이 4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도 주총 당일까지 차기 대표 후보의 결정적인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7.79%)과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8%)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지분 8.29%)이자 현대차의 2대 주주(7.78%)여서 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 입김이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다만 KT 내부에서는 도심항공교통(UAM)과 AI 고객센터(AICC) 사업 파트너인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맹목적으로 정부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이 주총에서 찬반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위임장만 내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주주들이 행사한 찬반 비율에 따라 두 기업 표가 비례적으로 나뉘어 중립을 자처할 수 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주총 전까지 적극 소통하고 맞춰나가겠다”며 “특히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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