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로미터’ 1톤 화물 시장에 닥친 불황… “체감 물동량 30% 감소”

최효정 기자 2023. 3.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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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경기 보여주는 화물운송 물동량 감소
“체감 물동량 평시 대비 30%이상 감소”
러시아 전쟁에 中 경기 부진, 금리 인상까지

1톤(t) 화물트럭 개인차주 김모(46)씨는 올 들어 멍하니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입 전문회사에 소속되지 않았으면서 화물 차량을 직접 보유한 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스로 일감을 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개인 화물 차주를 ‘콜바리’라고 부른다.

10년 이상 기사 생활을 해온 그는 보통 하루 1~2건 정도 배송 업무를 했는데 요즘 하루 한 건도 못하는 날이 태반이다. 시세보다 낮은 운송금액을 부르는 이른바 ‘똥콜’만 있을뿐 제값을 쳐주는 일거리를 찾기가 힘들어서다.

‘경기 바로미터’인 국내 화물운송 물동량을 책임지는 기사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본격화로 국내외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줄면서 소형 화물차주 등 개인 화물차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LPG 차량 충전소 자료사진./뉴스1

◇ 물동량 줄고, 운임 내려가고…”수입 감소, 심각한 수준”

7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화물운송시장 물동량은 평시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로 일거리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유 가격과 트럭 할부금마저 큰 폭으로 올랐다. 불황에 갈 곳은 잃은 화물차들이 전용 주차장에 장기 방치된 모습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화물운송 물동량은 경기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경기 변동의 영향이 거시 경제지표나 실물 경제에 반영되기 전에 화물운송 물동량 변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멘트, 철강 등 제조업의 원부자재들이 주로 톤급 화물트럭으로 운송된다.

화물운송 일감을 지입 전문회사가 먼저 가져가기 때문에 지입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화물차주인 콜바리들의 경우 사정이 더 어렵다. 운임 단가도 호황기 대비 20~30% 이상 떨어졌다.

인천에서 5톤 트럭 콜바리 기사를 하는 이모(42)씨는 “화물콜 어플을 통해 콜을 잡는 시스템인데 12~2월이 비수기인점을 감안해도 겨울철 수입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면서 “일이 없으니 운임 단가는 점점 더 내려간다. 못 버틴 기사들이 이윤이 얼마 안남아도 콜을 잡아버리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날이 풀리면 일이 확 많아져야하는데 3월이 됐어도 회복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콜바리 기사 최모(55)씨는 “기사 생활을 10년 이상 했는데 올해는 진짜 너무 너무 살기가 힘들다”면서 “물동량이 진짜 체감상은 50% 이상 감소했다는 느낌이 든다. 어플을 하루종일 켜놔도 제대로 된 콜이 한 개도 뜨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난망…수출 부진으로 대형 화물 수요 회복 난망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줄어 4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고,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경기 둔화’ 진단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카고와 트랙터의 주요 운송 품목인 수출입 화물의 경우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인 감소세다. 해양수산개발원 항만수요예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83만3천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8% 줄었다.

물동량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 여건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국내 다른 항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같은 기간 평택·당진항은 29.9%, 광양항은 27.1%, 울산항은 10.0%, 인천항은 9.2%의 물동량 감소를 기록했다. 환적화물은 물론 수출입과 연안 화물까지 모두 감소했다.

국내 화물운송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준중형이나 중형화물 차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월 반도체 등 제조업생산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이상 줄며 광공업생산이 12.7% 급감했다. 경기 현재 상황과 전망을 나타내는 동행·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4개월,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전체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광공업 생산량이 떨어졌다는 건 화물차로 실어 나를 일감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화물업계에선 향후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1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P) 내리며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한 한국의 1월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13% 하락한 98.3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월(97.75) 이후 14년 만에 최저다. OECD 지수는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경기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보다 1~2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도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어 물동량과 운임 회복이 어려워질 전망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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