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 높일 특단 대책 마련하라”

정석우 기자 2023. 3.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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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기금운용 개혁 주문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밝혔다. 약 900조원 규모의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작년 출범 이래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자 기금 운용 전반의 대수술을 주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 개혁 과제”라면서 “제도적 차원의 개혁과 함께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도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포함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의 경우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문제는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 거기에 해당하는 문제 같다”고 했다. 특히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은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서울 강남구에 30석 규모의 ‘스마트 워크센터’를 여는 방안 등 임시 대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 연금 가운데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군인연금을 제외한 3개 연금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본사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자금운용단(공무원연금), 자금운용관리단(사학연금) 등의 투자 조직은 모두 서울에 남았다. 유독 국민연금만 2016년 기금운용본부도 전주시로 이전한 상황이다. 2013년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주도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기금운용본부 소재지를 ‘전라북도’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시로 이전한 이후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작년 말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319명으로 정원(380명)의 84%에 불과하다. 1년 전보다 7명이 줄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전주 이전 후 한 번도 정원을 100% 채운 적이 없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연봉은 평균 1억2000만원(2020년 기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억대 연봉’이긴 하지만 실적에 따라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민간 자산운용사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임금 수준에 대해 민간의 50~75%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이 –8.22%로 1999년 기금 운용·투자 전담 조직인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내와 글로벌 금융 시장이 모두 침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우수 인력 충원, 시장 흐름 파악 등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권 일각에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다시 서울로 이전해 고급 인력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에선 한때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법으로 전주에 두게 돼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북 일대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등 때문에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연금법은 국회 개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구도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는 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운용직의 가장 중요한 미션(임무)이 사고파는 것도 있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있는데 현재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추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지시를 받은 일이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유영욱 전북도 대변인도 “김관영 전북지사가 용산 대통령실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의 전주 이전 이후 고급 인력이 유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오는 7월 서울 강남구 서울지부(옛 본사)에 30석 규모의 ‘스마트 워크센터’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스마트 워크센터를 사실상의 기금운용본부로 운영하려고 해도 30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투자 조직은 서울에 잔류는 했지만,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관련법상 서울 근무자가 각각 65명과 45명으로 제한돼 있어 기금 운용, 투자 종목 선정 등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투자 수익률이 -4.4%, 사학연금은 -7.7%로 국민연금보다는 손실이 적었다.

국민연금의 운용 방침을 최종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투자 전문가 대신 ‘낙하산’ 인사들이 들어가는 점도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20명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및 국민연금 이사장 등 정부 대표와 시민 단체, 노조·사용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김성주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경우 전주에서 20대 총선 낙선 후 이사장으로 기용됐고, 후임 역시 민주당 후보로 총선 출마 후 낙선한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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