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만들어낸 ‘뉴노멀’, 시민과학으로 대응하자

한겨레 2023. 3. 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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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개구리 산란 후 얼어버린 알 덩이 모습. 최문옥 시민 과학자 제공

[왜냐면] 송형근 |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지난 1월30일부터 대중교통, 병원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2020년 10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입한 마스크 착용 의무제도를 시행한 지 27개월여 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일상 속에서 마스크 착용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정부 지침과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은 이른바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자연·생태계에서도 뉴노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는 삼한사온으로 대변한다. 3일 춥고, 4일 따듯한 기상패턴을 뜻하는 삼한사온은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과 약화 주기에 따라 나타나는 동아시아의 특징적 기후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 변동성 증가로 삼한사온은 옛말이 됐다. 일주일 내내 한파가 몰아치고, 갑자기 봄날 같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기도 한다. 즉,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했던 삼한사온에서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들쭉날쭉 겨울 날씨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 생물로 개구리를 꼽을 수 있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보통 3월5일 무렵이지만, 이보다 이른 1월부터 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시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 잠에서 깨어나 산란까지 한 개구리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대부분 죽기 일쑤다. 산란한 알이 꽁꽁 얼어버리면 올챙이가 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변동성이 개구리가 생체시계를 착각하게 하고,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셈이다.

2023년 1월 개구리 산란 후 얼어버린 알 덩이 모습. 최문옥 시민 과학자 제공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설악산부터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시민 과학자와 함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구리 산란 시기를 모니터링(관찰)하고 있다. 그 결과 따듯해지는 겨울철 날씨의 영향으로 연평균 1일 이상 산란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날씨의 변동성 증가가 개구리 산란 생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복수초 등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역시 너무 이르게 꽃을 피워 죽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관찰하고 있다.

이렇듯 야생생물의 산란·개화 시기가 빨라지거나 일정하지 않으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무너지게 된다. 양서류의 경우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생물 종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아 번식에 문제가 생긴다. 식물의 경우 꽃가루를 옮겨주는 나비, 벌 등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아 수분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생태계 균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이 기후변화에 따른 야생동식물 산란·개화 시기를 장기간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수의 과학자만으로 많은 지역을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전국 시민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모니터링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역의 시민들을 모니터링에 참여시킴으로써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기후위기 관련 과학문화 확산이라는 효과도 얻고 있다.

2023년 1월 길마가지나무 꽃이 추위에 시들고 있는 모습. 이영선 시민 과학자 제공

최근 시민 과학의 영역은 개구리 같은 계절 알리미 생물 종 모니터링 외에도 환경 관측, 오염 물질 확산, 우주 관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중의 지혜가 소수 전문가 지식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방법론에서 시민 과학을 채택하는 등 새로운 조사·연구 패러다임이 정착하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도 시민 과학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시민 과학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생태계 조사 실습 프로그램 등 올 한해 다양한 시민 과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을 직접 모니터링에 참여시키고 다양한 과학자와의 교류를 통해 과학적 연구자료 생산과 분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에는 시민 과학을 통해 수집·분석한 과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립공원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3년 1월 감국 꽃이 추위에 시들고 있는 모습. 이영선 시민 과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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