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에 발끈한 이창양…"기업 경영침해, 부담 낮추기 위해 협상"

"보조금 지급 조건 너무 많아…美 투자 매력 낮아져, 국내 생태계 강화 계기 삼을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세부사항과 관련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업 경영을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또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데 크게 부담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 보조금 지급과 전혀 다른,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심사조건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담은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서 반도체 시설에 투자해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정부에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예상했던 사업 이익을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 또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 이런 조건들은 우리 기업에 독소 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장관은 "경영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제출 의무가 들어있다"며 "경영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제출 의무와 기술에 대한 정보도 상당 부분 노출될 수 있는 여러 조항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이익 환수의 기준인 예상수익률을 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미국에 강하게 이야기할 생각"이라며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과 경영 핵심 내용에 대한 침해나 미국 투자비용 증가라는 세 가지 요인 때문에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수령 또는 미국 투자에 대한 매력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이 추후 가드레일 조항 세부사항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가드레일 조항은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기술을 유출한 사례가 전혀 없이 반도체 공급망 일원으로서 노력해왔다"며 "반도체 공급을 불안하게 하는 부담이 생긴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산업에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건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조항들이 많다"며 "협약 과정에서 상당 부분 완화되고 해소되도록 정부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과의 문제"라며 "중국과의 문제는 없지만, 중국과의 교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앞으로도 교역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관이나 중앙 정부와 계속 소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장관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언급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자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는 투자가 생명"이라며 "국회에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여야에 강력하게 합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조치를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늘리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우리한테는 앞뒤만 있는 게 아니라 옆도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재밌는 아이뉴스TV 영상보기▶아이뉴스24 바로가기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