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부부 안타까운 소식에 온정 이어져

난방비 아끼려 방 안서 장작불 피우다 질식사
불법체류였지만 성실히 생활하며 본국 가족 챙겨
안타까운 소식에 유족에 위로금 전하는 온정 잇따라

사망한 태국 외국인 부부가 거주했던 전북 고창군 흥덕면 주택 모습. 집 밖에 불을 피워 조리한 흔적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고창=강인 기자】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태국 외국인 노동자 부부 사망사고 관련 지역사회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고창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고창군 흥덕면 한 마을 단독주택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태국인 A씨(55)와 아내 B씨(57)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곧장 조사에 나섰지만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방안에서 불에 타다만 장작이 발견된 점에 비춰 추운 날씨에 난방비를 아끼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기름보일러에 남은 기름이 없고 가스 사용 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춰 추위를 피하려고 방안에 장작불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주택은 연간 30만원에 이들 부부가 임대해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10여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로 농촌지역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금도 대부분 모국의 가족에게 보냈다는 주민들 전언이다.

사고 직후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퍼지자 지역사회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외국으로 위로금을 보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에 고창군과 태국 대사관이 협력해 모금액을 유족에게 전하기로 했다.

모금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다수의 문의자가 있었다는 것이 고창군 전언이다. 사고가 발생한 마을 주민들도 이들 부부의 장례식에 사용될 비용 모금에 동의했다고 한다.

고창군은 태국 대사관과 함께 공문을 만들어 기부 희망자들에게 전했다.

고인들은 법적 부부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들어와 맺어진 사실혼 관계였던 탓에 본국 유족들의 의견이 달라 A씨는 광주광역시 장례업체에서 화장한 뒤 본국에 송환됐고, B씨 시신은 부패 방지처리 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고창군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소식에 위로금 전달을 문의해왔다"면서 "외국인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고 예방을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