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시원한 해법없는 주택시장… 전세 지표 보면 집값 흐름 보인다 [스페셜 리포트]

김관웅 2023. 3. 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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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웅의 부동산+]
집값 바닥? 일시적 반등?
올해 강남 등 일부 실거래가 오르고 있지만
남은 급매물이 가격 회복 발목잡는 혼돈세
향후 주택시장 방향에 전세시장이 큰 변수
코픽스 금리·4년차 계약물량 등에 주목해야
"코픽스 금리 3%대로 떨어져 전세대출 늘 것"
"계약 4년차 아파트, 10월부터 쏟아질 전망"

"집값 이제 바닥 찍었나, 아니면 일시적 반등인가." 요즘 주택시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는 물론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택시장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향후 주택시장 향방은 물론 현재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도 선뜻 답변을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와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일부 수도권에선 새해 시작부터 급매물이 하나둘씩 팔리기 시작하더니 실거래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417건, 2월 1506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 1735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가 활발하던 2021년과 비교하면 아직 턱없이 적은 거래량이지만, 작년 하반기 한 달 거래량이 600건 이하까지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달라진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의 거래량이 늘었다. 강남구는 지난해 하반기 한달 거래량이 40건 안팎까지 급감했지만 올 들어서는 95건, 83건까지 늘었다. 송파구는 움직임이 더 뚜렷하다. 지난해 7월부터 한달 거래량이 30~4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86건으로 두배 정도 늘더니 1월과 2월에는 148건과 150건을 기록했다.

실거래 가격도 달라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경우 지난해 12월 18억2500만원(14층)까지 하락했지만 올 2월에는 20억3000만원(12층)까지 회복했다. 이 아파트는 21년 11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26억3500만원(11층)에 거래됐었다.

또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20억원을 회복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9억5000만원(12층)에 거래돼 20억원이 무너지며 시장에 공포감을 줬지만 지난달에는 21억4500만원(19층)의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지금 매물은 중층 이상의 경우 최소 22억원 이상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26억7000만원(24층)까지 실거래가격을 찍었다.

서울 주요 지역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팔리며 실거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급매물은 아직도 많이 쌓여 있다. 앞서 언급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급매물이지만 로열동, 로열층 매물은 거의 다 빠졌고 지금은 층이 낮거나 권리 관계가 복잡한 이른바 '못난이 매물'만 남아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좋은 매물은 호가가 높은 것만 있어 선뜻 흥정이 붙지 않는 상태"라고 말한다. 거래가 늘면서 호가가 높아졌지만 추가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급매물도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본격 회복세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지적한다. 실거래 가격이 올랐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남아있는 급매물이 가격 회복을 발목잡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격상승이 일어날 때는 좋은 매물이 없어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못난이 매물도 순차적으로 소화된다. 실제 은마 아파트만 해도 일반적인 매물은 20억원을 넘겨야 흥정을 붙을수 있지만 아직 일부 매물은 19억원에도 접근이 가능한 상태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극심한 혼돈세를 보이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한쪽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현재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택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전세시장을 봐야 한다.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 전세시장을 좌우할 변수로 코픽스 금리, 4년차 계약 물량, 재건축 입주량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변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전세시장은 물론 향후 집값 흐름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코픽스 금리 더 내릴까

최근 전세시장 흐름은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지난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에만 함몰돼 전셋값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2년이 지난 후부터는 4년간 오른 가격이 반영된 시세대로 집을 구할 수밖에 없어 전셋값이 급등할 것으로 본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지만 전문가들은 한가지 중요한 변수를 간과했다. 금리였다. 미국이 그해 3월부터 긴축기조로 돌아서고 5월부터는 금리를 0.5%p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미국 정부의 긴축을 예상해 미리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었지만 큰 변수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7개월이 지난 지금 전셋값은 거의 40%나 떨어졌다. 10억 전셋집이 12억이 된 게 아니라 6억 수준까지 내린 것은 전세 수요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대출금리, 특히 전세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보다 반전세, 월세로 주거형태를 바꾸는 게 이득이었다. 집주인도 문재인 정부때 급격하게 올린 보유세를 월세 수입으로 일부 충당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었다.

업계에서는 코픽스(COFIX) 금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변동금리 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의 기초가 되는 금리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9월 15일 2.96%, 10월 17일 3.40%, 11월 15일 3.98%, 12월 15일 4.34%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기 시작해 올 1월 16일 4.29%, 2월 15일 3.82%까지 낮아졌다. 3월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금리는 작년 12월 5.01~7.10%로 정점을 보인뒤 내리기 시작해 2월에는 4.13~6.54%까지 낮아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코픽스 금리가 3%대에 들어왔다는 것은 세입자 입장에서 월세를 얻는 것보다 대출을 일으켜 전세를 얻는 게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1월 기준 3.84%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꾸면 3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서는 1억원을 월세로 대체할 경우 다소 높은 40만원 정도로 계산한다. 전월세전환율로 따지면 4.8%다.

이 전문가는 "이제 전세대출금리 최저점과 전월세전환율이 서로 인접했다"며 "더구나 월세 선호 현상으로 인해 전월세전환율은 계속 오르는 데 반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의미하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픽스 금리는 미국과 국내 금리 기조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 멈출지가 최대 관건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3.5%에서 멈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 것처럼 국내 금리는 경제 여건상 더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계약 4년차 수요 언제 쏟아져 나올까

전세 시장에서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전세계약 4년차 세입자 수요가 시장에 언제 쏟아질까 하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서지 않고 언제쯤 전세시장에 신규 수요자로 등장할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신규 수요로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그냥 살던 집에 반전세 등으로 눌러앉으면서 전셋값 하락이 시작됐다.

부동산 주간웹진 트루카피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계약 4년차 아파트는 올 10월부터 크게 증가한다. 4년차 아파트는 2022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월평균 4만~5만가구 사이를 보였지만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는 5만~6만가구 수준까지 늘어난다. 최근 전세대출금리와 전월세전환율이 교차하는 상황에 있고 정부가 금리 규제를 계속하고 있어 신규 전세 수요가 그대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 하반기부터 짧은 기간 동안 전셋값이 40%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에 이동하려는 움직임은 굉장히 클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변수는 또 있다. 올 11월 안팎에 전세 재계약이 도래하는 사람들이다. 2년 전인 2021년 11월은 전셋값이 최고점에 달했던 시기다.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돈을 토해줘야 하는 엄청난 역전세난이 또 발생할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남 대규모 릴레이 입주도 변수

전세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올부터 시작된 서울 강남권 릴레이 입주에 따른 전셋값 약세를 극복해야 한다. 이달부터 강남구 개포동에서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트는 무려 3375가구에 달한다. 조합원들 상당수는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어서 대규모 입주는 전세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입주 4년차가 도래해 전셋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내년 1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서초구 한강변 반포지구도 전세시장을 뒤흔들 변수다. 한강변에 붙어있는 최고 입지인 래미안원베일리가 올 연말이나 내년 1월 입주를 시작한다. 원래 입주 시기는 올 8월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미뤄져 결국 가장 민감한 시기인 올 하반기와 겹치게 됐다. 바로 옆에 있는 반포 센트럴자이도 입주 4년차를 맞는 시기가 4월이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향후 주택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어느 때보다도 예단하기 힘든 시기"라며 "실수요자 시장인 전세시장이 가장 중요하고 전셋값이 얼마나 회복하는가에 따라 매매시장이 확 살아날 수도 장기 침체로 갈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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