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벽이 캔버스로… 잿빛 도심 속 화려한 ‘빛의 향연’ [이슈 속으로]
2004년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서 첫 선
다채로운 조명에 정보전달 기능도 갖춰
명동 신세계百 ‘크리스마스 핫플’로 주목
서울스퀘어, LED 4만2000개 ‘세계 최대’
문화재·자연물 등에는 빔프로젝터 활용
광명·제천선 동굴 벽·폭포가 스크린으로
도심 속 건물에 마법 같은 경험을 부여하며 오가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이것은 ‘미디어 퍼사드’(Media Facade)다. 미디어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퍼사드의 합성어. 건물이나 조형물의 겉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 기법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삶의 빛나는 순간을 선물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다채로운 빛의 변화로 건물 외벽에 하나의 스토리를 펼쳐낸다. 건축물 자체에 아름다움을 투영하고 정보전달의 매개체 기능까지 갖춘 디지털 사이니지의 한 형태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외벽에 처음 적용됐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부착된 지름 83㎝의 유리 디스크 4330장이 들어갔다.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딱딱한 도시건축물을 시각적으로 재생한 공공미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연인들의 사랑 고백 메시지를 여기에 게시하기도 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서울시는 4대 도심축 계획을 수립해 서울역에서부터 숭례문과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길을 역사문화축으로 지정한 바 있다. 축의 시작점으로 기능함에 따라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퍼사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역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은 이미 명소가 되었다. 2018년에 설치된 농구장 4배 크기의 1620㎡(가로 81m, 세로 20m) LED 사이니지는 업계 최고 수준인 9000니트 밝기와 UHD 두 배에 달하는 고화질 해상도를 갖췄다. 투사되는 물결은 실제 거대 파도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스타들의 홍보영상은 언제나 주목도 높은 볼거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 건물 외벽에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미디어 캔버스’를 구축하고 지난달 23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청주의 주요 간선도로인 미술관 앞 오거리를 향해 설치, 잠재적 미술 수요층에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실내 전시 한계를 극복한 옥외 전광판에 주목, 보다 많은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새 예술공간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LED가 부착된 건물은 미디어 퍼사드의 상설 운영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스퀘어와 코엑스 아티움 모두 시기에 따라 테마를 바꿔가며 상설전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LED 부착 방식은 문화재나 자연물처럼 외벽을 변형할 수 없는 곳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때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건축물 외관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쓴다. 이는 구현 가능한 건물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디자인의 다양성과 활용성이 높다. 건물의 특성에 맞춘 빛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외벽의 질감까지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
김민경 대한민국감성색채디자인협회 회장은 “흔히 보아오던 건물에 색다른 변화를 주는 미디어 퍼사드는 무딘 일상 속 도시인들의 감각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며 “이제는 여러 건물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공동으로 연출해내는 작품을 구상하는 등 보다 중장기적이면서 지속적인 미디어 퍼사드 콘텐츠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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