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현직 "디지코 성과 이면엔 망투자 축소·실적 부풀리기"

조성미 2023. 3. 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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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허수 계약·기술직 영업 동원 등 주장…"망 관리보다 외형적 실적만"
KT 사측 반박 "사실 아냐…다른 통신사 대비 높은 설비 투자·윤리 경영 강조"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KT 경영진이 최근 수년간 실적 개선을 자랑해왔지만, 그 이면은 통신망 투자 비용을 줄이고 일선 영업점 계약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외형적 수치만 키운 것이라는 내부 고발과 증언들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편법 행위들이 이뤄졌으며, '구현모 경영진'의 치적으로 내세운 '디지코'는 사회 공공재인 통신망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주장했다.

5일 KT 전·현직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KT는 최근 수년간 대대적인 통신망 대·개체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개체는 망 설비 부품을 다른 것으로 대신하거나 크게 보수하는 것을 뜻하는 업계 용어다.

KT 전직 임원 A씨는 "KT가 15년 안팎을 주기로 해야 하는 대·개체 작업을 하지 않아 맨홀 속 광케이블 함체(통신용 장비 케이스)가 녹스는 등 망 열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망 보수를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드는 전면적인 대·개체보다 사고가 당장 나지 않을 정도로 '땜질' 수준의 개보수만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KT가 통신망 관리 비용을 아끼다 일어난 대표적인 사고 사례로 2021년 10월 부산에서 일어났던 통신장애 사태를 꼽았다. KT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 낮에 기업망 라우터 교체 작업을 하다 난 사고였다고 한다. 그는 "야간작업은 사고가 나도 피해가 적은 대신 인건비가 비싸다. 비용을 아끼려고 대낮에 작업을 지시했다가 소상공인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광케이블 설비 관리에 30년 가까이 종사하다 지난해 말 퇴사한 KT 전 직원 B씨와 C씨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이석채, 황창규 대표 시절부터 망 투자에 인색하고 영업 관리 등에 예산을 더 쓰는 관행이 있었는데, 구현모 대표 때도 개선되지 않았다. 영업 역사가 긴 KT는 다른 통신사보다 망 투자에 더 큰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라고 했다.

KT대리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술직군 직원이 영업점 보조 역할에 투입돼 계약 실적 쌓기에 동원된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업점에서 직원 지인 등의 신원을 도용해 '허수 계약'을 하거나 실제 통신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보다 앞당겨 개통하도록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고 KT 영업점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한 영업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기술직 직원이 영업 업무에 보조로 동원되는 등 비정상적 영업 형태가 적지 않다"며 "영업이 아무리 실적이 중요한 분야라 해도 최근에는 회사가 계약 실적을 하루 서너 차례 수시 체크한다. 하루 10건을 올리는 게 목표라면 오후 2시까지 6건 계약을 채워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영업점 관계자는 "가입자 수를 부풀려야 하니 직원들 사이에서 '지인들 신분증 구하는 게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호텔, 오피스텔 등 가입 규모가 큰 고객을 대상으로는 신축 공사가 완공돼 실제 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는 시점보다 수개월 앞서 계약하라는 독촉이 있고, 이에 대한 민원 처리는 영업점 몫"이라고 말했다.

2020년∼2022년 통신사업자의 이동통신·인터넷TV(IPTV)·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 접수에서 KT는 1천136건을 기록해 SK텔레콤(700건), LG유플러스(623건)보다 많았다.

이들 KT 전·현직 관계자는 "망 설비 투자 소홀과 실적 부풀리기는 결국 구현모 대표의 연임 성공을 위한 업적 쌓기용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2017부터 4년간 연간 1조1천억∼1조3천억 수준이던 KT 영업이익이 2021년 1조6천720억 원, 작년 1조6천901억 원으로 뛴 것은 망 투자 비용을 줄이고 영업 실적을 부풀린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과 의혹은 KT가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사주 취득을 위해 2천만 원을 대출해준 데 대해 KT 새노조가 "새 대표 선출 과정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KT 현직 임원인 D씨는 구 대표가 최대 성과로 내세운 '디지코 KT'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본질적 사업 기반의 훼손을 우려했다.

그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IDC), 인공지능(AI) 등은 구 대표 취임 전부터 하던 사업인데, '디지코'라는 이름의 신사업으로 묶였다. 부동산 사업이 디지코 BTB 서비스 영역에 포함된 것도 대표적"이라며 "디지코 성과를 강조하려다 보니 통신사업 등 전통적 기반에 대한 투자, 마케팅, 인력이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직 임원 E씨도 "최근 KT가 낸 성과로 주가 상승이나 주주 가치 실현을 이야기하는데 사회간접자본인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줄여 주가를 높이고 배당을 준 것"이라며 "망이 국가기간 공공재임을 생각할 때 이용자인 국민이 아닌 주주 우선주의는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KT 사측은 이러한 폭로와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통신 장비는 매년 투자하고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후 설비는 지속해서 교체, 보완이 이뤄지고 있으며, 설비 투자에 대한 연간 자본 지출(CAPEX)을 봐도 다른 통신사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계약 부풀리기가 일어난다는 주장에 대해 "회사는 가입자 유치에서 과열 마케팅을 지양하고 있으며, 허수 계약은 윤리경영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코 선언 이후 사업 부문 재편은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부동산 사업을 디지코 B2B 영역으로 구분한 이유는 AI 호텔 서비스 등 AI 기술을 활용해 플랫폼 영역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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