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종호, ‘옷소매’ 덕로…계속 배역으로 불리고파”

김효실 2023. 3.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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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이들을 주목하라] ①배우 강훈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에 이어 케이드라마에 세계 각국이 열광하는 가운데, 앞으로 한국 드라마를 이끌 기대주 10명을 <한겨레> 엔터팀이 뽑아봤습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매주 한편씩 공개합니다.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를 한 두부가 그릇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작은 아씨들>(티브이엔)에서 구치소에 있다 나온 오인주(김고은)를 위해 하종호(강훈)가 준비한 두부는 여느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모양과 달랐다. 드라마 팬들은 “요리 좋아하는 종호가 준비한 두부일 것”이라며, 소소하지만 캐릭터와 잘 맞는 장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부 하나를 준비해도 먹을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 여성들이 극을 이끈 <작은 아씨들>에서 종호는 소꿉친구 시절부터 좋아한 오인경의 곁을 지키며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매들을 오롯이 보조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며 종호의 ‘반전’을 의심하는 반응들도 나왔다. 종호나 그의 돈 많은 할아버지가 ‘빌런’ 무리(정란회)와 한패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강훈의 친구조차 “너 정란회야?”라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왔단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화면 갈무리

“처음에 대본을 4회치까지만 받아서 저도 결말을 모르니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요. 설령 종호가 인경 대신 죽더라도 인경을 배신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종호는 인경을 나무처럼 꿋꿋하게 기다리는 사람, 태풍이 와도 변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봤거든요.” 강훈이 자신이 맡은 인물을 분석한 결과대로, 종호는 한결같았다. 인경이 종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다정다감한 얼굴 아래 감춰둔 악의와 광기. <작은 아씨들>의 종호가 받은 의심은 드라마의 역동적 전개에서 비롯한 오해에 가까웠지만, 전작 <옷소매 붉은 끝동>(문화방송)에서 강훈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시청자에게는 한층 ‘그럴 수 있을 법하게’ 보였을 것이다.

2014년 단편 영화 <피크닉>으로 데뷔한 강훈은 2021년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옷소매>에서 강훈은 이산(이준호)의 측근인 홍덕로(홍국영) 역할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한 장면. 화면 갈무리

그는 ‘홍섭녀’(홍덕로가 여느 드라마의 ‘서브여주’처럼 보인다는 뜻)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이산의 총애를 독차지하고자 ‘메인여주’ 덕임(이세영)을 경계하며 집착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훈은 <작은 아씨들> 속 종호와 비슷한 분위기여서, 그가 <옷소매>에서 보여준 서늘한 눈빛은 다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은 아씨들>까지 마친) 지금도 어떤 분들은 (저를 보고) 덕로라고 하고, 어떤 분들은 종호라고 부르세요. 저는 강훈이라는 제 이름이 아닌 배역 이름을 불러주셔도 좋더라고요. 그만큼 그 배역 같았다는 이야기니까. 앞으로도 배역 이름으로 불리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훈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해 소원으로 ‘올해 작품 1개 하기’라는 문구를 썼다고 했다. 그는 2018년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스비에스)으로 처음 티브이 드라마에 출연했고, <신입사관 구해령>(문화방송), <어서와>(한국방송), <너는 나의 봄>(티브이엔)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는 가족에게 “서른 살까지 월세만 지원해 달라. 그다음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해왔는데, 딱 나이 서른에 <옷소매>의 홍덕로를 만났다. <옷소매>를 찍는 동안 평소 팬이었던 김희원 감독이 새 드라마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작은 아씨들>의 종호 역할에 지원했다. 오는 20일부터 방영될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에스비에스)는 데뷔 후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캐스팅됐다.

‘1년 1작품’이 소원이었던 그가, 2022년에 이르러 3개 드라마 촬영이 겹치는 경험을 하게 됐다. 3일 연속 밤샘 촬영을 한 뒤 수액을 맞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매일 “소풍 가는 것처럼 즐겁다”고 했다. “제 꿈이 이뤄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 힘들어’, ‘지쳤어’ 이런 느낌이 아니고 행복해요. 그전에 정말 많이 쉬었어요.(웃음) 그때는 이렇게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 시기가 존재했기 때문에 지금 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 스페셜 티저의 한 장면. 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강훈은 2021년부터 자신이 이전에 견뎌왔던 시간에 대한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으로 바쁜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내일 연기할 신에 대한 상상,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 때가 많아요. 그게 머리 아픈 고민이 아니라, ‘아 내일도 재미있겠다’ 이런 거거든요.”

그는 “(작품을 꾸준히 한다는) 꿈을 이루고 나니, 목표가 더 커지는 느낌”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놀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며 웃었다. 그가 지난해 부지런히 촬영한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와 <너의 시간 속으로>는 모두 올해 공개 예정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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