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부럽지 않은 가성비 최고 학세권은?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3. 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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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 저자 신진상 인터뷰
정시 40% 확대로, 명문 학교 학원가 부활 촉발
아파트 가격은 근거리 배정 중학교가 좌우
천안, 인천 송도 등도 신흥명문 학세권으로 부상

“입시가 수시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치동 학원가와 이른바 강남 돼지엄마의 영향력이 소멸하는 듯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정책과 정반대되는 정시 40% 확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라는 책을 낸 신진상 입시컨설턴트는 2019년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 정책을 도입, 결과적으로 강남 명문고와 학원가의 부활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신 절대평가까지 도입하면 이른바 명문학교와 비명문고의 입시 성적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학원의존도가 높아지고 아파트 가격의 지역 차별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자 출신으로 논술강사로 활동한 그는 20년 경력의 입시 컨설턴트로, 부동산 및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대한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재테크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 ‘라는 책을 통해 전국 17개 대표 학군의 205개 중 고교와 지역 대표 학원들의 입시 경쟁력을 분석했으며 학교, 학원이 좋은 ‘학세권 아파트’를 소개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고등학교들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시를 확대해 8학군 등 교육특구를 부활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논란이 불거졌다. 수시 의 불공정 논란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는 것을 통해 2022년 입시부터 정시 40% 확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능을 중시하는 정시의 확대는 명군학군과 대치동 학원가 부활에 불을 지폈다.

일부 학부모와 대형 인터넷 강의 업체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했지만, 수시는 금수저든 은수저든 상대평가 내신이 좋은 학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강북이나 지방에 유리한 전형이다. 문재인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악화되는 여론을 고려해서 정책을 결정했다. 정시 확대에 대해 강남 등 교육 특구가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했다. 강남 집값에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본다. 사라지던 강남 돼지 엄마를 부활시켰다.”

‘돼지엄마’란 학원가 최신 정보와 스타 강사들 명단을 꿰뚫고 있으며 상위권 학생들로 팀을 짜서 유명 강사에게 족집게 수업을 듣는 일을 주도한다. 다른 엄마들을 새끼 데리고 다니듯 이끈다고 해서 ‘돼지엄마’란 별명이 붙었다.

-최근 내신이 반영된 새로운 서울대 정시 결과가 나왔다. 내신을 반영하면 우수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들이 불리한 것 아닌가?

“서울대 정시에서 내신이 반영되면 지방과 강북 학교들이 혜택을 보는 것 아닌가하는 기대도 있었다. 저는 학생부를 잘 써주는 강남 서초 목동 분당 학교들의 현역들이 더욱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한대로 강남의 휘문고, 중동고, 단대부고, 서초구 세화고, 목동의 강서고, 분당 낙생고가 서울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강남, 서초, 목동, 분당 등에서 내신 탓에 입시에 불리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정부는 물론 서울대도 확실하게 명문학군의 부활을 보증해 준 셈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나? 향후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

“서울대 정시에서 수능과 함께 내신을 반영했는데, 기계적으로 내신 등급만 반영한 게 아니다. 정성 평가라고 해서 학생들이 과목별로 선생님이 써주신 세특(생활기록부에 쓰이는 ‘세부능력’과 ‘특기사항’)도 같이 반영한다. 세특은 명문고 교사들이 경험이 많아 잘 써준다. 교육부가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내신 성적을 모두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부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시에서도 명문학군이 불리할 게 하나도 없다. 한동안 수시가 확대되면서 내신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였다.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강남 선호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라는 책을 낸 신진상 교육컨설턴트.

-대치동 학원가가 왜 유명한가?

“대치동 학원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국어, 수학 등 전문학원이 많다. 지역 사교육계를 좌우하는 돼지엄마들이 유명학원 상담실장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돼지 엄마들이 학원을 차린 경우도 있다. 대치동 고등학교는 다른 지역 고등학교처럼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수능 공부는 학원에서 하도록 풀어 놓는다. 학부모의 교육열, 스타 강사, 대치동 학원 시스템, 학생들을 풀어 놓는 고등학교 등이 결합된 곳이 대치동이다. 대치동의 학원가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유명학원도 스타강사도 치열한 경쟁에서 한 순간에 도태되는 곳이 대치동이다.”

-대치동 학교와 학원에 다닌다고 입시에 성공하는가?

“자녀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대치동으로 이사했다가는 실패한다. 대치동의 강점은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고 좋은 학원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장점이 있다. 수능에 특화된 곳이다. 그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대치동 시스템이 독이 될 수 있다. 요즘 입시는 수학이 결정한다. 수학에 경쟁력이 있는 학생들이 수능성적이 좋고 정시에 갈 확률이 높다. 반면 다른 공부는 다 잘하는데 수학이 떨어지는 학생은 수시로 대학을 가야 한다. 이런 학생은 대치동에는 맞지 않다. 현재 입시는 수학이 정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올해 정시만 하더라도 서울대도 국어 3등급, 명문사립대는 국어 5등급도 합격했다. 전부 수학 1등급이다.”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중학교 아닌가?

“중학교는 근거리 배정원칙이다. 중학교는 학업성취도평가가 절대평가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자녀가 손해 볼 일은 없다.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중학교이다. 이미 영재고, 특목고 입시 성적이 좋은 명문 중학교가 각 지역별로 형성돼 있다. 대구의 일부 중학교는 대치동 중학교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방의 명문 학세권은?

“대구의 수성구는 서울대 의대에서 매년 뛰어난 성적을 거둘 정도로 전통적인 명문학군이다. 유난히 재수학원과 의대입시 전문학원들이 많다. 수성구에서 성장한 학원이 전국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학원가도 경쟁력이 있다. 대전 둔산, 부산 해운대 , 광주 봉선동 등도 지역 대표 학세권으로 경쟁력이 있다.”

-새로 부상하는 학세권은?

“인천은 송도 지역을 중심으로 입시실적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이 분교를 내는 등 송도의 학원가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천안 아산 지역의 학교들이 경쟁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복자여고인데, 입시 성적이 굉장히 좋다. 천안고, 북일고, 충남삼성고도 명문이다. 특히 삼성임직원 자녀들을 우선 선발하는 충남삼성고는 학교에서 모든 게 해결될 정도로 학교 프로그램이 좋다. 천안 불당동 학원가도 경쟁력이 있다. 이 지역은 의대도 두곳이나 있어 의대입시에도 도움이 된다. 친척이 추천해달라면 1순위로 천안 아산을 권한다.”

-의대는 지방거주자가 유리한가?

“’지방대학·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2023학년도 대입부터 의대·약대의 경우 신입생의 40%, 간호대의 경우 30%, 의·치학전문대학원 역시 20%를 의무적으로 지역균형인재 전형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 지방 의학계열로 진학하려면 지방 거주자가 유리하다. 이 제도는 지방 균형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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