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허수 i는 필요한 이유

김진화 기자 2023. 3.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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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을 제곱하면 0, 0이 아닌 실수를 제곱하면 0보다 크다.

한때 존재하지 않는 수라고 오해했던 허수를 들여다본다.

A(수학자). "저는 허수 하면 오일러 항등식 eiπ + 1 = 0이 떠올라요. 가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혹은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러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수학자가 언급하는 수식 중 하나 예요. 이 식에는 e와 π에 허수 i까지 3개의 주요 수가 나와요. 세 수를 eiπ 꼴로 나타냈더니 -1이라는 굉장히 단순한 수가 나오는 경이로운 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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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좌) 수학자 이승재 서울대 박사후연구원(우)

0을 제곱하면 0, 0이 아닌 실수를 제곱하면 0보다 크다. 그렇다면 x² = -1일 때 x는 존재할까.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 ‘i’라는 문자로 대표되는 허수가 탄생했다. 허수는 존재하지 않는 수라는 인상을 주는 이름 때문에 수로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실수와 허수를 포함한 복소수는 수 체계를 완벽하게 해줬고, 그 쓰임도 어마어마하다. 한때 존재하지 않는 수라고 오해했던 허수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 질문 I  허수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

가우스가 허수를 언급한 박사논문.

Q (인문학자). 먼저 허수라는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허수(Imaginary number, 상상의 수)라는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상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상당히 많은 비판이 있었어요. 독일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는 허수 대신 외수(Lateral number, 옆의 수)라는 이름을 붙이길 제안한 바 있습니다. 수학자로서 허수라는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수학자). "반가운 질문이네요. 저도 허수라는 이름에 불만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에요. 음수가 있기 전에는 어떤 수에 0이 아닌 수를 더하면 항상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느 순간 x에 4라는 수를 더했는데 2가 되는 해(x + 4 = 2)를 구하려고 음수를 도입했지요. 이렇게 인류는 0이나 음수를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그렇듯 x를 제곱해서이 나오는 수(x² = -1)인 허수를 찾은 겁니다.

제 생각에는 허수는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니까 ‘이차 음수’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 수를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이 수를 허수라고 명명하고 허수가 아닌 수를 실수라고 이름 붙이다 보니까 허수를 받아들이기 더 어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수학자). 이번엔 제가 질문을 드려 볼게요. 실수와 허수를 포함한 복소수를 보편화한 사람이 가우스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교수님도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A(인문학자).  "허수에 대한 논의는 가우스 이전에도 존재했어요.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탈리아 수학자 지롤라모 카르다노(1501~1576)가 삼차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처음 제곱근 안에 음수가 있는 수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우스가 1799년 박사 논문에서 모든 복소수 계수를 가진 방정식의 해는 언제나 복소수라는 ‘대수학의 기본 정리’를 증명해냄에 따라 허수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지요.

이후 가우스 평면이라고도 부르는 ‘복소평면’이 등장해요. 복소평면은 좌표평면의 x축에는 모든 실수를, y축에는 이 실수에 i를 곱한 허수를 대응시켜요. 그러면 평면의 점과 모든 복소수를 일대일 대응시킬 수 있지요. 참고로 이보다 앞서 프랑스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가 기하학에서 좌표평면을 도입했는데요. 그런 면에서 데카르트가 복소수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Q(인문학자). 박사님이 생각하기에 복소수를 기하학적으로 표시하는 일이 가진 장단점이 있나요?

A(수학자).  "복소평면의 도입은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수직선 상에 수를 표현할 때 자연수부터순으로 채우고 0을 기준으로 반대쪽에 음수를 채웁니다. 그다음 사이사이에 유리수와 무리수를 채우면 실수라는 직선이 완성되지요. 그런데 a + bi라는 복소수는 실수 부분과 허수 부분을 2개의 직선으로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차 평면이 나왔고, 이게 복소평면이 된 거예요.

덕분에 a + bi와 c + di가 있으면 두 수의 덧셈은  x축은 x축대로 y축은 y축대로 더할 수 있게 됐지요. 곱셈도 복소평면 위의 두 점을 길이는 길이끼리 곱하고, 각은 각끼리 더하면 나오는 점으로 구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표기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수학동아 DB

두 번째 질문 I  허수는 꼭 필요한 수인가?

수학동아 DB

Q(인문학자). 학생들이 복소수를 처음 배울 때 허수의 기본 성질로 ‘허수 거듭제곱의 주기성’을 배우잖아요. 이처럼 수학자 입장에서 복소수와 관련한 재미있는 성질이나 수식이 있다면요?

A(수학자). "저는 허수 하면 오일러 항등식 eiπ + 1 = 0이 떠올라요. 가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혹은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러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수학자가 언급하는 수식 중 하나 예요. 이 식에는 e와 π에 허수 i까지 3개의 주요 수가 나와요. 세 수를 eiπ 꼴로 나타냈더니 -1이라는 굉장히 단순한 수가 나오는 경이로운 식이지요."

Q(인문학자).  오일러 항등식은 물론이고, 오늘날 현대 과학을 보면 허수가 하는 역할이 상당하잖아요. 연구원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A(수학자). "고전 역학에서는 실수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어요. 하지만 전자기학과 양자역학 같은 현대 과학에서는 허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한 예로 모든 신호를 사인, 코사인 함수로 분해해 주기함수의 합으로 표현하는 ‘푸리에 변환’이 있어요. 푸리에 변환의 기본 공식에 허수 i가 쓰여요. 허수의 성질을 이용해 전자기파를 코사인과 사인 곡선으로 분리할 수 있는 거지요.

물리학에서는 파동 방정식, 슈뢰딩거 방정식 등 다양한 방정식이 쓰이는데요. 이 방정식을 못 풀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요. 방정식은 결국 세상에 있는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 나타난 거니까요. 그런데 허수는 방정식의 해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이 허수 덕분에 가능하지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허수의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Q(인문학자). 사실 세상에 없는 수인 줄 알았는데 손에 만져지는 것들, 또 우리가 다루는 것들이 사실은 허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재밌네요. 그러면 지성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런 질문이 생겨요. 이왕 실수에서 복소수로 수 체계를 확장한 김에 더 큰 차원의 수를 계속 만들면 어떨까요? 또 그렇게 했을 때 수학이 더 발전할까요?

임익순 제공

A(수학자). "아주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복소수 체계를 쓰기 시작하면서 수 체계가 완성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교수님 질문처럼 수학자들이 도리어 걱정할 수 있어요. 우리가 만약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해 허수의 허수, 즉 허허수 같은 수가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이런 수를 만들어야 한다면 굉장히 끔찍하잖아요.

다행히도 복소수만으로도 모든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있어요. 정수 계수를 가진 방정식의 해가 항상 정수인 건 아니에요. x2 = -1이나 x2 = 2처럼요. 실수 계수를 가진 방정식도 마찬가지로 모든 해가 실수는 아니지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가우스의 대수학의 기본 정리에 의해 모든 복소수 계수를 가진 복소수 방정식의 해는 언제나 복소수예요. 그러니까 수 체계를 더 확장할 걱정이 없어요. 방정식의 해를 표현하기 위해 더 큰 차원의 수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관련기사

수학동아 3월,  수학에 질문을 던지다 허수 i는 왜 필요할까?

[김진화 기자 evolut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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