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외비’ 이성민 “‘리멤버’→‘재벌집’ 노인 연기 이제 그만해야죠”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3.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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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이 ‘대외비’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성민(55)이 ‘리멤버’와 ‘재벌집 막내 아들’에 이어 또 한번 노인이 되어 스크린에 돌아왔다.

이성민은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에서 숨은 실세 순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이성민은 ‘대외비’ 출연 이유를 묻자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을 본 지 얼마 안 돼서 관심을 가졌다. 일단은 감독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그다음에 조진웅이랑 작업하는 게 매력이 있었다. 늘 같이하고 싶은 배우였다. 순태 캐릭터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순태는 우리나라의 기득권에 기생해있는 어떤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따로 안 나온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권력을 만들어내고 탄생시키고 숨어있는 세력 중 하나다. 세상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의 힘에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미스터리하게 남기려고 사연을 안 만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이 최근 연이어 노인 역을 한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최근 영화 ‘리멤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노인 연기를 한 이성민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연작으로 나오는 바람에 곤란해졌다. 영화도 ‘재벌집 막내아들’보다 먼저 했는데, 오픈 순서가 그렇게 됐다. 이제 노인 연기는 그만해야 할 것 같다”면서 “최근 ‘형사록’에서 과거 신을 찍는데,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것도 이제는 힘들더라. 목소리 피치도 올려야 하고 더 잘 뛰어야 하니까. 배우가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에 어울리는 배역을 맡게 된다. 그것에 순응해야겠구나 싶더라. 최근 무겁고 어두운 역할을 많이 했다. 밝고 경쾌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야지 않을까 싶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잔양철 회장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그는 “반짝이었다”면서도 “방송할 때는 실감 났다. 드라마를 처음 하는 것처럼 연락이 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한 달 지나면 끝나리라 싶었는데, 깔끔하게 끝나더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가 잘될 때가 기분 좋았다. 너무 감사했다. 옛날에는 인터뷰도 힘들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부담을 많이 느꼈다. 요즘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기도 하고, 이게 배우로서 자존감도 높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배우 이성민과 배우가 아닌 이성민을 구분했다면 이제는 하나가 된 느낌이다. 어릴 때는 애써 구분하려고 했다. 역할과 나를 구분해서 바둥거렸는데, 대중들이 ‘회장님’ 해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성민이 조진웅과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보안관’ ‘공작’ ‘블랙머니’ 등에 이어 또다시 함께한 후배 조진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성민은 “또 작품을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조진웅과 나이가 조금 차이 나는데, 저랑 배우로서 궤적이 비슷한 지점이 있다. 조진웅이 약간 늦긴 했지만, 조진웅은 부산에서 난 대구에서 활동했고, 비슷한 나이에 방송 영화 시작했고 무명일 때 작품에서 만나 연기한 적도 있다. 같이 성장해왔고 광고도 같이 한번 찍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조진웅과 작업은 동행해가는 느낌이다. 가장 좋은 점은 그의 연기다. 그 연기가 나를 설레게 만든다. 조진웅이 동아줄 같은 연기를 한다면, 나는 나일론 줄 같은 연기다. 동아줄 멋있지 않나. 열 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진심이다. 쇼가 아니다”며 진심을 전했다.

“연기에 옮고 틀린 건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할 수 없는 연기를 보면 지금도 부럽고요. 저걸 좇아가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연기라는 건 서로 인정하는 게 시작이죠. 어떤 주어진 상황에 서로의 연기가 조화되면서 드라마와 영화가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숫자만큼 연기 방법이 있죠.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제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동아줄을 만나든, 쇠사슬을 만나든, 그들과 어울려서 조화를 이루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이 나를 알아가는 게 배우의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198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성민은 이제는 누구나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38년째 연기를 이어온 그는 “나를 알아가는 게 배우의 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십 대에 제 첫 연기 선생님이 너는 널 본 적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죠. 그게 제 이십 대 화두였어요. 사진과 거울 통해 보는 건 실제가 아니잖아요. 난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나이 들어갈수록 난 어떤 성격에 어떤 목소리에 어떤 정서를 가진 사람인지 알게 돼요. 그래서 캐릭터와 날 구분해가는 거죠. 어릴 때는 그게 안 돼서, 애써 분장을 빨리 지우고 캐릭터에서 나오려고 했죠. 어떤 때는 캐릭터처럼 살려고 하고 미친 척, 거지처럼도 살아봤죠. 배우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장점이죠. 이제는 나를 다르게 변주할 수 있게 있는 거죠.”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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