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한 푼도 못 받아”...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유서 속 외침
3일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신축빌라에서 A씨(3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지인이 찾아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경찰에 신고해 강제로 개문하면서 차가운 주검과 맞닥뜨리게 됐다.
A씨는 인천지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여 구속된 일명 ‘건축왕’의 세입자이자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구성원인 것으로 경찰 조사됐다. A씨의 휴대 전화에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있었다. 휴대 전화 이용 기록상 지난달 26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유서에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위안을 얻었다’며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최근 직장을 잃었는데 전세사기 피해로 7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 연장까지 되지 않는다’며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어, 이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A씨는 지난 2021년 전세보증금 7000만원에 건축왕과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최근 거주 중인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부쳐지면 보증금을 우선 수령할 수 있는 최우선변제권이 있지만 A씨는 대상이 아니었다. A씨의 전셋집은 지난 2011년 근저당권이 설정됐는데, 이 시기 인천지역 소액임차인의 기준은 전세보증금 6500만원 이하였기 때문이다.
A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 연장도 거절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내역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갚아 주고 이후 집주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상품이다.
대책위는 오는 6일 미추홀구 서울 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세대는 모두 3107가구다. 이 중 2020가구(65%)는 경매 대기 중이거나 경매가 진행돼, A씨처럼 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업자 B씨(60대)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지역 미추홀구와 경기지역 부천시 일대에서 자신이 건설해 차명으로 보유한 물건 약 2700채 가운데 일부가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권리관계를 속인 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챙긴 혐의로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B씨를 비롯해 공인중개사·임대업자·중개보조인 등 공범 58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혐의점이 명확한 피의자는 사기, 부동산 실권리자명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다.
※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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