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자잿값 상승 심화…건설업계 '발등의 불' 어쩌나
장기적으론 해외 수주 증가 기대해 볼 수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 당국이 오는 4~5일 열리는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대규모 지원책을 예고해 주목된다.
최근 둔화된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으로, 우리 기업들도 업종별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건설부문의 경우 중국은 '들어가기 힘든 시장'인데다, 중국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탓에 양가적인 시선이 교차한다.
2일 세계 각국의 관심은 주말 발표될 중국 당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에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은행과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홈페이지에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17가지 대책 초안을 게시, 공개 협의를 위해 오는 26일까지 공개하고 있다.
대책에는 부동산 부문을 안정화하기 위해 주거용 부동산 임대 기업에 금융기관 대출 여력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의 주택 건설·임대·구매·운영자금 조달용 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슝안신구와 하이난 자유무역항, 선전 등지에서 부동산 투자 신탁 상품 출시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장기주택임대사업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도 언급됐다. 이 밖에 부동산부문 인수합병(M&A) 촉진, 신도시 이전과 청년 금융서비스 개선이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작년 11월부터 부동산 부문을 부양해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인대에서 당해 연도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과 중국 관영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리커창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회의록에도 "2023년 경제와 성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부동산 부문 회복을 지원하라는 요구를 강화했다"고 적시됐다.
부동산 부문은 1998년 중국이 시장 중심의 주택 개혁을 시작한 이래 경제 성장의 핵심 동인이었다. 중국 정부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중 부동산 부문의 기여도는 13~14%에 달했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최대 29%까지 보기도 할 만큼 비중이 크다.
특히 부동산은 주택 구매자, 개발자, 금융기관, 건자재 공급자, 계약업체 및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해 여러 시장 참여자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지방 정부는 토지 판매·임대를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해당 지역 부동산 부문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양회에서 당국의 부동산 부양 의지가 다시 한 번 강조될 것이란 게 국내외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이제 도시화율 60%를 넘긴 중국 경제(2022년 기준 65.22%)가 과거처럼 부동산 부문 성장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중국 건설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내수 시장 굴삭기 판매가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딛고 반등한 데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신규 주택가격이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등 시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중국망에 따르면 톈진, 허난성 정저우, 푸젠성 푸저우와 샤먼, 지린성 창춘, 랴오닝성 선양 등 최소 30개 도시는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시장 띄우기'에 나섰다.
우리 건설업계에 있어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부양의 의미는 복잡하다. 중국 건설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기술·가격을 두고 경쟁 관계인데, 중국의 건설부동산 관련 내수 시장이 확대된다고 해도 규제 여건 등으로 우리 기업은 사실상 진출이 어려워 실익이 없다는 반응이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건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고 있는데, 중국에서 부동산 부양을 해봤자 공사비 증가로 분양가만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는 우리 진출 그룹사의 생산 시설 건설 물량 외엔 수주한 게 거의 없다. 들어가는 게 없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업계에 큰 이익이 있을 게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리와 경쟁 관계인 중국 업계가 내수 시장에 몰두해 해외 수주 시 경쟁자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자잿값 상승은 국내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건설·건자재 담당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자재비 증가에 따른 원가 우려는 2023년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내 쌓여있던 재고자산이 소진되고 인프라 투자 활성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하반기) 자재 가격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어 공급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핵심 자재 상승분이 분양가에 빠르게 전가돼 신규 분양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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