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發 인플레 다시 꿈틀?…훨훨 나는 ‘닥터 코퍼’에 긴장한 정부

세종=전준범 기자 2023. 3.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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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철광석·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
세계 최대 수요처 중국 경제활동 재개 영향
글로벌 경기 도움…인플레이션 자극 우려도
여전히 높은 韓물가…소비심리 석달째 위축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던 구리·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작년 말 배럴당 70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도 야금야금 오르더니 80달러대를 넘어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재확산하면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강력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고(高)금리에 고통받는 서민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우리나라 물가 당국도 원자재를 비롯한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중국인이 중국 수도 베이징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 中 리오프닝 이후 오르는 구리·철광석·두바이유 가격

3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전기동) 가격은 톤(t)당 9066.50달러(3월 1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작년 12월 8일(t당 8537달러)과 비교하면 6% 이상 올랐다. 스마트폰·배터리·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두루 사용돼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 불리는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꼽힌다.

철광석 가격도 상승세다.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FE 62%) 가격은 이달 1일 기준 t당 126.80달러로, 지난해 12월 8일(t당 110.7달러) 이후 약 3개월 사이 14.5% 올랐다. 작년 내내 내리막길을 걷던 철광석 가격은 10월 이후 중국의 봉쇄 완화 기대감과 함께 반등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자 세계 최대 조강 생산국이다.

이런 분위기는 원유 쪽에서도 감지된다. 산업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FOB)에서 두바이유 현물가는 이달 1일 배럴당 82.48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12일 배럴당 71.83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중국 리오프닝과 함께 서서히 거래 가격선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국제유가는 공급 측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에서 사용하지 않는 휘발유 펌프가 놓여있다. / AP 연합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는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가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인플레 다시 자극 우려

전문가들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엿볼 수 있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글로벌 경기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9%로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확인하듯 한국은행은 2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물가여건 변화 및 주요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국내외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둔화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이 국제유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제약할 요인으로 등장한 상태다.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연내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직·간접적으로 높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 “경기 악영향 주더라도 물가 확실히 잡아야”

올해 1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0.2%P 커졌다. 기재부와 한은은 2월 소비자물가도 5% 내외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물가안정목표(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국제유가·공공요금 인상과 같은 공급 측 물가 자극 요인은 시차를 두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돼 정부의 물가 억제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투자 활력이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 고물가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 경기 하강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소비심리는 이미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9로 전월 대비 2.1% 감소했다. 소비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장)는 “경제를 끌어올리면서 물가를 낮추는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순차적으로 가야 한다”며 “결국 뭐부터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약간의 경기 하강을 각오하고서라도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경기 침체나 금리 인상 모두 물가 상승의 결과이지 않나.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급해진 정부도 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2·15 민생대책’을 통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에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획재정부·국세청은 주류 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아직 바꾼 건 아니지만, 중국 리오프닝과 같은 대외 변수가 수시로 등장하는 만큼 우리 물가 흐름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라면서 “각종 물가 지표를 실시간 살피면서 관계부처와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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