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들불화재 급증…논밭 태우다 집 잃고 인명피해까지

박철현 2023. 3.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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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으로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 일으켜
산불로 번져 산림자원 훼손도
소각행위 위험성 적극 알려야
5일 전북 정읍에서 인근 밭을 태우던 불이 주택으로 옮겨붙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소방본부

영농철을 앞두고 농촌에서 논이나 밭을 태우거나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는 관행이 여전해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불씨가 옮겨붙어 산불로 이어지기도 하고, 주택가로 불길이 나면서 인명피해까지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논·밭두렁 화재 건수, 피해액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논밭 태우다 대형 산불로…인명피해까지 속출= 2월26일 오후 평소 조용하던 전북 군산시 옥산면 금성리 일대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소방헬기 1대와 소방차 10대, 소방관 75명이 현장에 급파돼 진화작업에 나섰다. 오후 2시20분에 불이 났고 약 1시간 만에 진화에 성공했다. 소방당국은 한 농민이 논과 밭두렁을 태우다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진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2월5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서는 주택에서 불이 나 1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인력 44명, 소방장비 17정이 투입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다. 이 화재 역시 ‘밭 태우기’가 문제였다. 집주인 A씨는 가까운 밭에서 잡풀을 태웠는데 농가로 불이 옮겨붙자 혼자서 끄려다 참변을 당했다.

농민 부주의로 소중한 산림자원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한다. 2월22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덕리에 있는 한 야산은 화재로 2.1㏊의 산림이 순식간에 훼손됐다. 헬기 4대, 소방차 21대를 포함해 소방인력 90여명을 투입해 5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경찰은 인근에서 영농부산물을 태운 B씨를 불러들여 산불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2월1일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임야에서는 한 주민이 쓰레기를 소각하다 불씨가 주변으로 튀면서 들불이 일었다. 이 불은 인접한 야산까지 확대돼 임야 1.5㏊가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300여명의 인력과 헬기 등 44대의 장비가 투입돼 7시간 넘게 진화 작업을 벌여야 했다.

충북 옥천에서도 쓰레기·농작물 소각에 따른 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옥천소방서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벌어진 14건의 화재 가운데 42%에 해당하는 6건이 쓰레기와 농작물을 태우다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농촌지역 특성상 봄을 앞두고 영농부산물을 정리하거나 해충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논·밭두렁 등을 소각하는 일이 잦다”면서 “자칫 작은 불이 큰불로 이어져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소각 행위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강상태 보이던 논밭 화재 지난해부터 급증= 코로나19 등으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생긴 2020∼2021년 사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들불 화재가 지난해부터 급증세로 돌아섰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논·밭두렁 불이 원인이 된 화재 건수는 2018년 401건, 2019년 389건, 2020년 231건으로 감소하다 2021년에는 147건으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에 317건으로 급증했다. 전년과 견줘 약 2.2배 증가한 수치다.

화재에 따른 재산피해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2021년 8267만원이었던 피해액은 지난해 2억1626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년과 견줘 2.6배가량 늘었다.

월별 논밭 화재 건수를 확인하면 봄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화재가 가장 많이 난 달은 2월로 58건이었다. 5월이 55건, 4월이 4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석달을 합산하면 156건으로 전체 317건 대비 50%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냈다.

김영준 옥천소방서장은 “봄철 들불 화재가 급증하는 건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작은 불씨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는 탓”이라면서 “자신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으니 논밭 태우기 등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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