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노총 “비조합원 시간외근무땐 욕하고 이름 적어라” 태업 지침

최동수 기자 2023. 3.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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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불법 행위를 하는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해 최대 1년간 면허 정지를 하겠다고 밝히자 타워크레인 노조가 이른바 '준법 투쟁'으로 불리는 태업으로 건설사를 압박하도록 노조원들에게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조는 "비(非)노조원 기사가 근무시간 외에 일하면 욕설을 하고 이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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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타워크레인 불법땐 면허정지”
노조 “초과근무 여부 순찰뒤 징계”
대체기사 인적사항 보고 지침도
원희룡 “일자리 잃는 결과밖에 없어”
국토부장관, 세종 공사현장 점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 세종 연기면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부당행위 관련 점검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정부가 2일 불법 행위를 하는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해 최대 1년간 면허 정지를 하겠다고 밝히자 타워크레인 노조가 이른바 ‘준법 투쟁’으로 불리는 태업으로 건설사를 압박하도록 노조원들에게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조는 “비(非)노조원 기사가 근무시간 외에 일하면 욕설을 하고 이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달라”고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일하고 싶은 기사가 타워크레인에 오를 수 있게 하겠다”며 “노조 태업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대체 기사를 확보하겠다”고 밝혀 노조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타워크레인 분과는 이날부로 조합원들에게 ‘주 52시간 초과 근무 금지’, ‘오전 7시 이전 출근 금지’, ‘점심 및 휴식 시간 근무 금지’ 등 태업에 가까운 ‘준법투쟁’ 지침을 내렸다. “근무시간을 1시간 당겨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등의 탄력근무도 안 된다”고도 명시했다. 지침은 “당분간 ‘암행순찰조’가 돌아다니며 주 52시간 준수 여부를 살피고 위반 시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비노조 대체 기사가 투입될 것을 대비해 이들을 압박하라는 행동 강령도 내렸다. “근무시간 외에 타워크레인에 타 조합원이 근무할 때는 ‘개쌍욕’만 해달라” “시간외근무 하는 타워크레인은 증거 자료를 모아 바로 (노조에) 보고해 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임대업체) 직원이 대리 근무해도 파업 기간이 아니므로 우리(노조)가 막거나 방해하면 안 된다”며 “단 인적사항(이름·나이·연락처)을 기록해 (노조에) 보고해 달라”고 했다. 비노조 기사들이 노조 보복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이 작업을 중단하면 전체 건설 공정이 순차적으로 늦어지는 현장 분위기를 노조가 이용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 노조는 이번에 “콘크리트 분배기, 운반 장비(호퍼) 등을 옮기는 작업도 (퇴근시간이 지나면) 그냥 두고 퇴근하라”고 했다.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시간 내 작업해야 하는데 ‘탄력근무도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시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노조원 찬반투표 없이 태업 등 쟁의 행위를 하면 성실의무 위반으로 면허 정지할 수 있다”며 “욕설 등을 해도 협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광주고법이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한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지침은 “‘전라도 건’이 승소했다고 해 성과급(월례비)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하고 뒤로 각서나 합의서를 쓰고 성과급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명시했다. 노조는 월례비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월례비 등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셈이다.

국토부는 이날 타워크레인 기사를 비롯한 건설기계 조종사의 불법·부당 행위에 최대 1년간 면허 정지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 장관은 이날 세종시 건설 현장을 방문해 “태업을 몽니와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돌아갈 것은 면허정지,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당한 근로 지휘 감독을 따르지 않을 경우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은 “면허 정지나 취소는 사실상 크레인 기사의 생계를 끊어버리는 과한 조치”라며 “자정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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