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정명훈 고희 기념으로 온 한국 단독투어"

박주연 기자 2023. 3. 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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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475년 독일 관현악 살아있는 역사 4년만에 내한
"정명훈은 연주자에게 '공간' 만들어줘…단원들, 대부로 생각"
정명훈 "조성진 13살때 처음 만났다…한국 클래식 이제 시작"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에이드리안 존스(Adrian Jones),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으로 4년만에 일곱 번째 내한 공연을 한다. 47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의 대표 오케스트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3.03.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고희를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한국에 단독으로 오게 됐습니다."(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475년의 전통을 가진 독일 관현악의 살아있는 역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4년만에 내한했다. 이번에는 아시아투어가 아니라 한국 단독투어로, 국내에서만 6회의 공연을 갖는다. 오케스트라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정명훈의 70세를 기념하는 의미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는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티켓파워를 생각하면 일본·중국을 묶어 아시아 투어를 하는 것이 나을 텐데 한국 단독 투어를 결정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바로 '정명훈'를 언급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은 2001년 드레스덴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12년에는 드레스덴 역사상 최초로 수석 객원 지휘자 타이틀을 달았다.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는 정명훈의 지휘를 극찬했다. "1548년 독일 궁정악단으로 창단된 드레스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으로, 오케스트라 문화를 주도했죠. 특히 브람스가 자신의 교향곡 4번을 직접 지휘한 역사도 있어요. 그런 음악적 내력이 담긴 악단이고, 정명훈은 지휘를 통해 그런 내력을 끄집어내는 내공을 발휘합니다."

정명훈 지휘 스타일의 특징으로는 '공간'을 꼽았다. "하나하나 지시하고 앞에서 끌어가지 않아요. 서로 소리를 듣고, 반응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도록 연주자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간에 상호존중의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연주자들이 지휘자를 굉장히 존경하죠. 저희 단원들은 정명훈을 거의 대부처럼 생각해요."

존스 대표는 "드레스덴 단원들은 음악을 즐기며 음표 하나하나를 공 들여 정성스레 연주하고, 이런 소리들이 모여 두텁고 풍요롭고 넓게 퍼지는 사운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연에 대해서는 "한국의 젊은 청중들을 많이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주 드레스덴에서 이뤄진 공연에 조성진을 보러 온 소녀팬들을 보고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웃어보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협연을 한다. 47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의 대표 오케스트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3.03.02. pak7130@newsis.com

정명훈 "시간이 흘러야 깊어져…조성진 13살때 봤다"

"일흔살, 그러니까 드레스덴과 첫 계약을 한 지 20년이 됐네요. 2003년에 첫 계약을 했고, 그 후로 매년 여러번 공연을 하며 굉장히 친해졌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 사람들을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야 더 깊어질 수 있어요."

올해 고희를 맞은 정명훈은 음악을 하며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함께 흐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브람스 1번은 지휘를 많이 했는데도 10년이 지나고서야 '그래도 소화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4번은 지휘한 지 20년 정도 되니까 조금 이해가 되고, 소리가 좀 더 자연스러워졌죠. 그때 제 나이가 50이 좀 넘었는데 브람스가 그 나이 때 그 작품을 썼어요. 저도 그만큼 살았으니 이해를 좀 할 수 있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명훈은 이번 드레스덴 내한 공연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드레스덴이 한국에서만 특별히 투어를 갖고, 국내에서 6번이나 공연을 한다"며 "이런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한국 단독으로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음악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에는 아시아투어를 해도 주로 일본·중국에서 많이 하고, 한국에서는 많이 해야 (일본·중국과) 붙여서 한 두번 공연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성진이의 연주를 13살일 때 처음 들었는데 어린아이가 잘 하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음악적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연주하는 걸 보고 놀랐죠. 그 아이가 이제 어른이 돼 버렸네요. 지난 주말 드레스덴에서 이뤄진 공연도 굉장히 좋았어요. 다른 단원들에게 조성진을 13살일 때 알았다고 했는데,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지 모릅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협연을 한다. 47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의 대표 오케스트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3.03.02. pak7130@newsis.com

정명훈은 조성진에게 끝까지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수록 겸손해지기 힘들죠. 15년 전 처음 본 조성진과 지금의 조성진을 비교하면 잘 하고 있어요. 시간이 더 가야 알 수 있겠지만요. 점점 더 겸손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힘들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끝에 가서는 그게 음악으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정명훈은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의 클래식은 이제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음악 수준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어요. 케이팝·영화 등이 놀랍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고, 클래식 음악도 같이 가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이만큼 온 것도 놀라운데,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47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의 대표 오케스트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3.03.02. pak7130@newsis.com

조성진 "내 음악이 완성됐다는 생각하면 발전 없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번 드레스덴 내한 공연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지난주 독일에서 드레스덴과 먼저 호흡을 맞춘 그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콘체르토는 많은 오케스트라와 해봤지만 드레스덴은 특히 현이 벨벳 같고 깊다"고 호평했다. "2020년 6월 예정됐던 공연이 코로나로 연기돼 지난주에 이뤄졌어요. 드레스덴이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잘 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협연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서는 "너무 유명한 곡이라 할 때마다 부담이 되기도 한다"며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잘 할까'를 생각하기 보다 본질을 이해하려 하는 편이고, 다른 연주를 들어보기보다 악보공부를 더 하며 준비하는 편"이라고 했다.

올해 고희를 맞은 지휘자 정명훈에 대해서는 "2009년 중 3때 처음 만나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너무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어릴 때 정명훈 지휘자를 만나 기준이 너무 높아져 힘들었다"고 웃어보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겸손하라'는 정명훈의 조언에 대해서도 진지한 화답을 보냈다. "제가 음악할 때 기피하는 것이 두 가지에요. 내 음악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발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주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치게 들릴까'라는 생각을 안 합니다."

드레스덴 내한 무대는 3일 롯데콘서트홀,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뤄진다. 지방 무대도 예정돼 있다. 2일에는 세종예술의전당, 4일에는 아트센터 인천 무대에 오른다. 7~8일에는 창단 475주년을 기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낭만주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특별한 무대를 갖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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