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부르며 클래식 알린 ‘국민 테너’ 박인수 별세
가요 ‘향수(鄕愁)’를 부르며 클래식 음악과 대중의 접점을 넓힌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성악과 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2일 성악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신문 배달 등으로 학비를 벌어 1959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1962년 슈만의 ‘시인의 사랑’ 전곡으로 독창회를 열며 성악가로 데뷔했고, 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주역으로 발탁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악원과 맨해튼 음악원 등지에서 수학했다. 당시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오디션에 8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리골레토> 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3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한 후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클래식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소신이 담겼다. 특히 1989년 정지용 시인의 시에 김희갑 작곡가가 곡을 붙인 ‘향수’를 가수 고 이동원과 함께 불러 대중에게 ‘국민 테너’로 불렸다. <향수> 음반은 130만장 이상 팔렸다.
당시 성악가가 가요를 부르는 일은 금기를 깨는 파격이었다. 고인은 국립오페라단 단원에서 제명당했다. 고인은 2010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후회는 전혀 없다. ‘향수’는 좋은 시이고 좋은 노래이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성악가로서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고, 사람들의 인생을 다양하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인은 국내외에서 2000회 이상의 독창회를 열었고, 300회 이상의 오페라에 출연했다. 2003년 서울대 교수 자리에서 퇴임한 뒤에는 백석대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맡았다.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희복 한세대 음대 명예교수, 아들 플루티스트 박상준씨가 있다. 장례 예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3일 오후 6시 열린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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