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등 코스피 상장사 36곳, ‘배당금 확인 후 투자’로 정관 바꿀 듯
‘배당절차 변경’ 안건 올려
카카오·신한지주도 포함
“주식시장 투명성 개선”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한 후 해당 종목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금융당국이 밝힌 지 한 달 만에 ‘선 배당액 확정·후 배당기준일 지정’을 하기로 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5곳 중 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향신문이 지난 2월1일부터 28일까지 한 달간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한 상장사 270곳(코스피 192곳·코스닥 78곳)의 주총 의안을 분석한 결과 배당 절차 변경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코스피 36곳(18.8%)과 코스닥 7곳(9.0%)이었다.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배당 절차 변경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비앤지스틸,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가 배당 절차를 바꾸겠다고 공시했다. 포스코그룹은 POSCO홀딩스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엠텍, 포스코ICT가 정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시가총액 상위 30위 내 종목 중에서는 카카오, 신한지주, 삼성생명 등이 배당 절차를 바꿀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NAVER(네이버), 삼성물산, LG전자, 에코프로비엠, 고려아연은 주총 계획을 확정했지만 배당 절차 변경은 의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월 결산 법인은 유가증권시장 784곳, 코스닥 1523곳이다. 아직 주총 일정을 공고하지 않은 기업은 이달 중 세부 일정과 의안을 공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 1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 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매년 말 배당기준일로 정한 후 이듬해 2~3월쯤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확정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주주총회 이후에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배당 절차 변경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상장사가 결산 배당 절차를 바꾸려면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고 올해 바뀐 정관은 내년 배당부터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다음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절차는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 “내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배당 절차 개선 여부를 공시하도록 하면 참여 상장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한 특별결의사항이어서 기업으로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삼성이 본격적으로 배당 절차를 바꾼다면 다른 기업들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올해 정기주총에서 배당 절차를 바꾸기로 한 곳은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사뿐이다. 삼성은 앞서 분기 배당 계획을 발표한 상태에서 결산 배당 절차만 바꾸면 주주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 법까지 개정되면 분기 및 결산 배당 절차를 함께 변경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관성 때문에 배당 절차 변경에 소극적일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박채영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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