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중고차 미끼 판매’ 특별단속…‘두더지 게임’ 될라

곽진산 2023. 3. 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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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지금 있죠. 보러오세요."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확인한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케이(K)5 2011년식 모델의 차량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중고차 딜러는 흔쾌히 매물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자동차365'에선 차량이 실제 매물인지 여부와 평균 매매가 등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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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개월간 중고차 미끼용 가짜매물 특별단속
게티이미지뱅크

“매물 지금 있죠. 보러오세요.”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확인한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케이(K)5 2011년식 모델의 차량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중고차 딜러는 흔쾌히 매물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365’에서 조회한 해당 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792만원. 매물로 올라온 가격은 그보다 55.8% 저렴한 35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인천의 한 매매단지에 방문해서 차량을 보니, 톡톡거리는 소음이 나 엔진 결함이 의심됐다.

뒤늦게 살펴본 이 차량의 성능점검표엔 차량 전면부 대부분에 사고 이력이 적혀있었다. 이런 내용은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선 확인할 수가 없었다. 딜러는 “수리가 필요한데, 엔진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며 “원하면 다른 매물을 알아봐 주겠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의 매물을 내놓고 차를 보러온 손님에게 다른 차 구매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미끼 판매’ 방식에 당한 것이다.

경찰청은 1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조해 이달부터 3개월간 이런 중고차 미끼용 가짜매물에 대해 특별단속을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적·고의적·지속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선 수사력을 집중하고 범행에 가담한 플랫폼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과 청년층을 울리는 주택과 중고차에 대한 미끼용 가짜매물 광고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단속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 특성상 단속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가 차량 정보를 틀어쥔 탓에 소비자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인 탓이다.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이 1년 이내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501명)와 중고차 판매사업자(105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양쪽 모두 국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으로 ‘허위·미끼 매물’을 가장 많이 꼽았다. 판매자(98%)가 소비자(80%)보다 이런 매물 문제를 더 심각하게 여겼다.

허위·미끼 매물로 불법 영업하는 딜러를 ‘응징’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이자 한 딜러는 “1000만원짜리 중고차라면 딜러는 50만원을 이익으로 남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매물을 속여 팔면 많게는 순수익만 1000만원을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보니 허위매물은 끊이지 않는다. 단속이 심하면 숨었다가, 좀 잠잠하면 다시 나온다”고 덧붙였다.

허위·미끼 매물을 광고할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명백히 거래할 수 없는 자동차를 매물로 꾸미거나 이력 사실 등을 조작하지 않는 이상 법망을 피하는 ‘교묘한’ 방식까지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당장은 소비자가 차량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365’에선 차량이 실제 매물인지 여부와 평균 매매가 등을 사전에 조회할 수 있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선 상사의 등록 여부, 사원증, 상품용 차량을 검색할 수 있다. 사고 이력은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에서 조회할 수 있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차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되면 의심해야 한다”며 “생소한 온라인 사이트에선 구매하지 말고 딜러보다는 상사 사무실로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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