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선 안 통하네" '할란앤홀든' 5년만에 철수

구서윤 2023. 3.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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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PA 브랜드, 한때 4개까지 매장 늘렸지만 지난달 철수…꾸준히 성장하는 토종 브랜드와 비교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유럽 감성 패션 스타일로 소비자를 공략해온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브랜드 할란앤홀든이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한다.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5년 만이다.

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국내 SPA 브랜드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출 확대에 한계를 느낀 해외 SPA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할란앤홀든 매장 내부. 진열장의 대부분이 비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일 업계에 따르면 할란앤홀든은 지난달 28일 한국에서 브랜드를 종료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매장에서 전품목 균일가 세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전날 찾은 할란앤홀든 매장은 곧 문 닫는 매장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맞은 편에 위치한 유니클로, 인근에 위치한 에잇세컨즈, H&M과 달리 매장 내부가 휑했다. 정상 영업 당시 제품들로 가득 찼던 매장 모습과 달리 니트와 신발 각각 한 종류만이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브랜드 철수를 앞두고 할인행사를 진행했는데 첫날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물건이 거의 다 판매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도 중단했다. 판매 플랫폼들은 할란앤홀든 제품에 대해 '일시품절' 알림을 띄워놓은 상태다. 향후 할란앤홀든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해외 직구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할란앤홀든 매장 전경. [사진=구서윤 기자]

할란앤홀든은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설립된 브랜드다. 유럽의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디자인한다. 프라다, 미우미우, 발렌티노, 몽클레르, 토즈 등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를 역임한 화려한 이력을 갖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드라 파키네티가 할란앤홀든의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는 2018년 2월 스타필드 하남점에 1호 매장을 열며 진출했다. 이후 스타필드 코엑스몰, 롯데몰 수지점, 롯데월드몰 등으로 매장을 확장해 한때 국내에서 4개의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기며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할란앤홀든은 빠르게 더 많이 의류를 생산하는 SPA 브랜드들과 달리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을 추구한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철학이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의류와 신발 등 패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시장에선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할란앤홀든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고, 결국 한국 시장에선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SPA 시장은 성장세다. 특히 토종 브랜드의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친환경 트렌드 속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조장해 환경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SPA 브랜드의 성장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고물가 상황 속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탑텐은 2021년 매출 5천850억원에서 지난해 7천800억원으로 증가하며 2년 연속 국내 SPA 시장 1위를 지켰다. 탑텐은 작년까지 555개였던 매장 수를 올해 620여 개까지 늘리고 매출은 9천억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5년엔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매출 3천200억원대에 머물렀던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도 지난해 4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스파오는 의류 발주부터 생산, 입고까지의 전 과정을 48시간 안에 완료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스파오 역시 매장을 확대한다. 현재 100개인 매장을 올해 1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또 다른 SPA 브랜드 미쏘도 전년 대비 8.5% 신장한 1천2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적자를 지속하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신장하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매출은 2천억원 중반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잇세컨즈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에잇세컨즈는 현재 69개인 매장 수를 올해 한 자릿수 수준 늘릴 계획이다.

SPA 후발주자인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 성장세도 가파르다. 증권가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지난해 매출을 2천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전경. [사진=구서윤 기자]

올해 국내 SPA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니클로의 성장세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던 노재팬 분위기 속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유니클로가 지난해 매출 성장에 힘입어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 1일~2022년 8월 31일) 매출은 7천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7.0% 증가한 1천148억원을 기록했다.

한때 매장을 닫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매출이 회복되자 명품과 협업해 제품을 내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명품 협업 제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문 닫았던 롯데몰 김포공항점도 오는 3월 다시 연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에 진출해 2015년 패션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2019년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와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도 지난해 국내 시장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SPA 패션 시장에선 토종 브랜드의 성장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한때 매출이 급락했던 유니클로도 실적을 회복하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라면서 "오프라인 매출 확대가 제한적인 해외 SPA 브랜드 입장에선 국내 시장에서 생존하기 더욱 힘든 환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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