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아끼려 장작불' 질식사…한 줌의 재로 고향 가는 태국인 부부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고창군 주택 / 사진=연합뉴스

난방비를 아끼려고 영하의 날씨에 냉방에서 장작불을 피우며 자다 질식사한 태국인 부부가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에 돌아갑니다.

이들은 불법체류 신분으로 마을의 논밭일 등을 하면서 일당 12만∼13만 원을 받아왔고, 모은 돈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 부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7일(어제) 전북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고창군 흥덕면 단독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A(55세)씨와 부인(57세)이 조만간 화장될 예정입니다.

태국에 있는 A씨 부부의 유족은 형편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유족들이 화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외교 관계자와 협의한 결과 유족이 화장을 원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 부부는 10년 전쯤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고창군에 정착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불법체류자가 돼 마을의 논밭일 등을 하며 연간 30만 원짜리 허름한 집에 세 들어 살았습니다.

주민들은 "부부가 비록 힘들게 살았으나 성실하고 금슬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불에 탄 장작과 화로 / 사진=연합뉴스

시신 발견 당시 불에 탄 장작과 화로가 있었고, 시신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0%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잤습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강추위를 피하려고 밀폐된 방안에 불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andeul0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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