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엔 스테로이드 대신 전기자극으로 회복 도움

이순용 2023. 2. 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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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세포충전 30% 이하면 발병 … 두개골까지 전류 보내 자연치유력 촉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72세 남성 신모 씨는 새벽에 잠을 깨보니, 이유 없이 얼굴 한쪽이 갑자기 마비돼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입이 옆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비 증세가 심해져 식사나 말하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인근 의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1주일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신 씨는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안면신경마비라는 진단이 나왔다. ‘구안와사’로도 불리는 안면신경마비(facial palsy)는 안면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얼굴에 마비 증세가 보이는 것을 말한다. 구안괘사(원래 발음), 벨마비(Bell‘s palsy)로도 불린다.

이 질환은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고, 입이 옆으로 돌아가는 게 특징적이다. 눈꺼풀과 입술이 비뚤어지고, 이마 주름도 잘 잡히지 않는다. 시간이 더 흐르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른다.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할 때 입 한쪽으로 물이 샌다. 식욕이 떨어지고, 이따금 이명과 어지럼증 증상이 나타난다.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구안와사, 즉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12개 뇌신경 가운데 7번째 신경이 마비되면서 발생한다. 이 신경은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미각, 청각, 눈물샘 분비를 주관한다. 따라서 마비되면 안면 부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신경계는 두개골과 척추뼈 안에 있는 중추신경계와 그 밖에 있는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중추신경계는 주로 얼굴에 있는 감각기관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12쌍의 뇌신경과 복부와 사지로 가는 31쌍의 척수신경으로 구성돼 있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는 두개골과 척추뼈에 난 구멍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안면신경마비는 원인에 따라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누는데 중추성은 대형 또는 전문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지만, 말초성은 충분한 휴식과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추성은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이나 뇌종양 등으로 인해 발병한다. 사지의 운동장애나 언어장애 등 중풍의 일반적인 증상과 거의 같다. 반면 안면만 마비되는 구안와사는 거의 말초성이다. 겨울 날씨나 차가운 에어컨 바람 같은 한랭자극, 독감이나 대상포진 등 바이러스 감염, 환절기의 면역력 저하, 과로와 스트레스, 만성 중이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 등에 의한 컨디션 저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구안와사는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평균 4~6주 이내에 완치가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몇 달만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견해도 있지만 외관의 변화, 그에 따른 일상생활의 곤란함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보존치료가 요구된다.

심영기 원장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뇌혈관 이상이나 뇌종양 같은 형태학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엘큐어리젠(ElCure Regen)요법 같은 최신 전기자극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며 “2018년부터 구안와사 환자에 적용해본 결과 환자들은 전기생리학적으로 세포의 음전하 충전 상태가 발병 직전에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고, 1주간 1-2회의 집중치료를 통해 음전하를 충전한 결과 4개월 만에 정상에 가깝게 호전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말헀다.

엘큐어리젠요법은 100~800 마이크로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를 1,500~ 3,000V의 고전압으로 병든 부위에 흘려보내 회복시키는 치료다. 세포가 정상일 때에는 세포 안에 80% 이상이 충전(음전하 축적)된다. 그러나 50% 방전되면 통증이 발생하고, 완전 방전 상태가 되면 사망하거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구안와사가 발병하는 컨디션이라면 대략 발병 직전 충전율이 3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심 원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충전을 통해 정상화를 꾀하면 증상이 현저하게 좋아질 수 있다.

신 씨와 같은 환자의 경우, 매주 1-2 회, 1회에 30분씩, 총20회 이상에 걸쳐 엘큐어리젠요법을 받은 결과 안면마비가 풀리면서 안면근육의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안면마비 평가지표(House-Brackmann Grade)로 측정한 결과 치료 전 5등급에서 치료 후 2등급으로 개선됐다. HB-Grade는 1~6등급으로 구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안면마비 증상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심영기 원장은 “말초성 안면마비에 대해 개인의원은 물론 대학병원에서조차 시행하는 치료가 발병 원인에 따라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제를 처방하는 수준”이라며 “부신피질호르몬이 일시적으로 평안함을 줄 수 있으나 큰 시각에서 보면 자연치유력을 훼손하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고 최신 전기자극치료를 받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기존 전기자극치료는 기껏해야 피부 밑 수 mm 깊이까지만 전기가 침투하지만, 엘큐어리젠요법은 전압이 높아서 두개골의 작은 구멍들을 통해 전기자극이 뇌의 심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심영기 원장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초기에 증상을 가벼이 보고 치료 적기를 놓치면 발병 10년 내 재발률이 7~10%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후유증으로 이통(耳痛)이나 안면통, 미각 소실, 당뇨병·고혈압·정신질환 등 기저질환의 악화 등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엘큐어리젠요법으로 손상된 신경세포의 기능을 올리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대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심 원장은 “구안와사가 6개월 이상되면 안면근육이 위축 또는 퇴화돼 완치되기 어렵다”며 “발병 직후 엘큐어요법을 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통증질환에 비해 회복이 느리므로 엘큐어리젠 요법 적용시 치료기간을 더 넓게 잡아야 하고,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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