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로 왜 다녀" 배달 오토바이 막았더니 업무방해 기소…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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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로 주행하는 오토바이 배달원을 막아섰다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된 보행자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울러 박 판사는 "배달원이 반말로 대꾸하자 A씨가 더 화가 나 112 신고를 한 후 몸으로 오토바이를 막아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상황이 있긴 하다"면서도 "행위의 목적·동기·정도 등을 고려할 때 형법 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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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늘 못 가!"
보도로 주행하는 오토바이 배달원을 막아섰다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된 보행자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은 50대 남성 A씨에 대해 지난 9일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10월9일 저녁 6시50분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주변 노상에서 걷던 도중 자신의 옆으로 오토바이 배달원이 지나가려고 하자 "오토바이가 여기로 왜 다니냐"며 항의했다.
배달원이 "여기 인도 아니잖냐"고 응수하자 A씨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단속해달라"며 112 신고를 했다.
이후 배달원이 "일 가야 된다"고 말하자 A씨는 "못 가"라며 앞을 막았다. 그러자 배달원은 하차해 오토바이를 세웠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사건 현장은 보행자들로 붐볐다. 배달원은 이들을 피해 느린 속도로 운행하다 A씨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은 신고 10여분 뒤 출동해 그날 저녁 7시47분쯤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결론은 '운행 위반 오해로 인한 시비'였다.
그런데 검찰(기소검사 김지숙)은 노상에서 오토바이 운행과 배달 업무를 약 40분간 방해했다며 같은해 11월 A씨를 약식기소했다.
약식 재판부는 서면 심리 끝에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해 벌금 70만원 약식명령을 발령했다.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국선변호인 박승길 변호사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현장이 보도인지 차도인지 확인하게 해달라'며 박 판사에게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종로구청은 사건 현장이 '보도'라고 답했다.
배달원의 오토바이 뒤쪽엔 수납함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오토바이가 내 뒤쪽에서 왔다"며 "112 신고를 할 때까진 그 수납함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당초 약식명령처럼 벌금 7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만약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정당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보도로 운행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사항이다. 박 판사는 "단속 권한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이라 해도 보도로 통행하는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해 정당한 항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주장한 업무방해 시간 '40분'에 대해서도 박 판사는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해 진술을 청취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데 40분 이상이 소요됐다"며 "A씨가 위력으로 40분간 배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박 판사는 "배달원이 반말로 대꾸하자 A씨가 더 화가 나 112 신고를 한 후 몸으로 오토바이를 막아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상황이 있긴 하다"면서도 "행위의 목적·동기·정도 등을 고려할 때 형법 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0조에는 △법령에 따른 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고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A씨는 약식기소일로부터 437일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항소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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