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년 만에 생산직 채용 시작...수험서 불티나고 전형 족보도 등장

박관규 2023. 2.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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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고연봉 ②안정적 ③근무시간 등 좋은 환경이 강점
"공무원도 탐낼 신의 직장이라는 인식"
충남 아산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된 차량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다음 달 1일 신규 생산직 선발에 들어가면서 채용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0년 만의 모집이어서 취업 준비생만이 아닌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사무직 재직자 등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상반기 중 생산직을 뽑을 예정인 가운데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대조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 달 14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뒤 면접, 인적성 검사 등을 거쳐 7월 중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모집 직군에 제조·생산직이 더해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2013년(100여 명) 이후 처음으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올해 총 700명(상반기 400명, 하반기 300명)의 생산직을 새로 뽑기로 했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따른 생산 인력 수요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자연 감소 방식으로 인력을 재조정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그동안 모자란 인력을 협력업체 활용 등으로 채워 왔지만 최근 사내 하청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소송이 잇따른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직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신입 직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생산직 모집 대상이 과거처럼 단순 조립이 아닌 전자장비가 들어간 차량 수리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다룰 정비사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사내 교육을 통해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인재 풀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계도 소프트웨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미래차 직군 분류를 감안해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4조 2교대 등 일할 환경 변화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차가 생산직 채용에 나서자 인터넷에선 입사 전형 대비를 위한 '족보'가 공유되고 있고, 서점가에선 현대차 생산직 채용 수험서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업계에선 지원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높은 관심은 좋은 복지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①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9,600만 원(2021년 기준)에 달하고 신입 초봉도 5,000만~6,000만 원에 이른다. 또 ②사무직과 달리 정년 보장이 이뤄지고 ③자동화로 인한 작업 환경 개선 ④차량을 최고 30% 싸게 구입(25년 근속 후 퇴직 시 평생 25%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에쓰오일, 기아차 등도 생산직 채용에 나서자 취준생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 대기업 생산직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근무제로 바뀌고 있다. 애경케미칼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포스코 등이 최근 채택한 '4조 2교대'가 대표적이다. 기존 '4조 3교대(오전·오후·야간조)'와 비교해 하루 근무 시간은 4시간 늘어난 12시간이지만 이틀 일하고 이틀 쉴 수 있어 연간 총 근로시간은 같고 휴일은 연간 80일 넘게 늘어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선 3교대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여가 활동에 지장이 크다는 불만이 컸기 때문에 4조 2교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전체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 변화는 아직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생산직인 블루칼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 바뀌었다고 연결 짓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이 사무직보다 근무 시간 구별이 확실하고 정년이 보장되지만 중소기업에서 아직도 구직난을 겪는 것을 감안하면 생산직 선호 현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직업계고 취업자 비율은 29.5%로, 5년 전(50.3%)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고, 특성화고 입학 경쟁률(98.7%)도 처음으로 정원을 밑돌았다. 고졸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취업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중소기업들의 고민이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사회 중심축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는 힘든 일을 하기는 꺼려 하는 대신 업무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직에 대한 명암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에서 직종·지역별로 임금이 형성된 것처럼 직무급제로 전환해 직종에 따른 임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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