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입안에 먼저 찾아온 ‘봄’⋯제철 맞은 청도 ‘한재미나리’

이현진 2023. 2. 2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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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움츠렸던 개울물이 졸졸 흐르며 제 목소릴 찾는 계절.

한재미나리는 2월부터 시작해 5월까지 제철이다.

그말인즉슨 한재미나리는 2~5월 언제 찾아도 이른바 '새것'이란 얘기다.

모두 제철 한재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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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월이 제철…3월 중순 맛 절정
첫물만 출하해 질기지 않고 '아삭'
무농약 재배로 샐러드 등 생식 제격
기름진 삼겹살·오리고기 등과 찰떡궁합
경북 청도군 청도읍에서 20년간 한재미나리를 재배해온 이경호·윤경란 부부가 작업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개울물이 졸졸 흐르며 제 목소릴 찾는 계절. 입춘과 우수를 지나 경칩에 이르는 지금, 남녘의 한 마을엔 이른 오전부터 봄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말해 뭐합니까. 정신없지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눈코 뜰 새 없습니다.”

작은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경북 청도군 청도읍 한재골의 한 농가. 작업장에 들어서니 찰박대는 물소리에 겨울 공기로는 낯선 습한 기운이 밀려온다. 기자에게 눈길 줄 틈도 없이 연신 흐르는 말간 물에 미나리를 헹궈내는 이경호(61)·윤경란(57) 부부. 지난 20년간 이 한재미나리 하나에 매진해온 그들에겐 이처럼 분주한 시기가 딱히 새삼스럽진 않다.

화악산 맑은 지하수로 재배한 한재미나리는 작업장에서 청정수로 꼼꼼히 씻어서 판매된다.

“직접 오는 사람들도 반은 사가지만 반은 못 사가예. 다른 농가도 다 똑같아요. 하루 작업하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찾는 사람은 더 많으니까요.” 

한재미나리는 2월부터 시작해 5월까지 제철이다. 초봄 이맘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는데 올해 기준으론 3월 중순께가 되면 뿌리 색이 붉게 오르면서 제대로 된 향을 낸단다. 그 말에 따르면 아직 제맛은 아니라는 건데 그런데도 주문은 가득 밀려있다. 농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보통 1~2주분 작업량은 기본으로 판매가 예약돼 있다고.

비닐하우스에서 초봄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한재미나리. 2월 늦겨울엔 50일 남짓 재배하고, 3~5월 넘어가며 날이 풀릴수록 재배기간이 조금씩 짧아진다.

“우리는 딱 첫물만 수확합니다. (하우스마다) 물을 차례대로 넣어주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키우고 딱 첫번째 자란 것만 베어내서 팔지예."

바쁘게 작업하는 부부의 뒤에서 한 어르신이 말을 거든다. 한재미나리 재배 1세대로 50년간 농사를 지어온 윤상덕씨(80)다. 그는 “모르는 사람들이 3~4월 되면 미나리 안 질기냐고 묻는데, 여긴 무조건 딱 한번 베어낸 걸 파니까 항상 질길 일이 없다"면서 “그러니까 한재미나리는 줄기에 빈 구멍 없이 속이 다 꽉 찬 것만 나간다”고 설명했다.

한재미나리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속이 차 있어 아삭하게 씹히면서 싱그러운 단맛도 살짝 감돈다.

그말인즉슨 한재미나리는 2~5월 언제 찾아도 이른바 ‘새것’이란 얘기다. 한번 수확하고 두번째 나는 것부턴 전연 파는 일 없이 이듬해 재배할 모종을 키우는 데 쓴다. 이렇게 연한 첫물만 내기에 한재미나리는 생으로 먹기에 더없이 좋다. 탕이나 무침, 또는 전 같은 요리에도 어울리지만 생으로 먹길 가장 권하는 이유다.

윤씨는 “여기는 전부 다 무농약으로 재배한다”며 “농약을 안 치고 농사지은 지 거의 20년이 다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새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한재미나리 인기가 대폭발”이라며 “샐러드로 많이 찾는데 우린 무농약이니까 생으로 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아삭한 식감에 묻어나는 청량한 향취. 작업장에서 맛본 한재미나리는 그 말 그대로 질긴 감 하나 없이 사각거렸다. 샐러드로도 좋다는 말이 절로 이해되는 맛이었다. 다만 이곳 한재골까지 왔다면 그저 생으로 먹는 미나리 말고도 꼭 경험해봐야 할 맛이 있다. 향긋한 한재미나리와 기름진 삼겹살의 궁합이다.

삼겹살을 미나리로 돌돌 말아 싸 먹는다. 삼겹살과 먹는 한재미나리는 생으로 먹어도 좋고 불판에 익혀서 먹어도 별미다.

한재골 주변에는 농가 수만큼이나 삼겹살집이 많이 들어서 있다. 모두 제철 한재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2~3월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모두 일찍이 봄을 맛보고자 하는 상춘객들이다.

이씨는 “미나리가 정화 작용을 하니까 기름기 있는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며 “돼지고기는 당연하고 오리고기와 궁합도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청도에 있는 식당들은 모두 다 맛있다”며 “미나리를 택배로 주문해도 좋고, 직접 찾아와서 먹으면 그것 또한 제맛일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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