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거주자도 '서울 무순위' 청약 길 열려
유주택자에게도 '줍줍' 기회
둔촌주공 청약 가능해져
4월엔 '추첨제' 분양 확대
가점 낮은 '2030' 기회 커져
자녀 1명을 둔 직장인 박 모씨(37)는 요즘 다시 청약홈에 접속해봤다. 그동안 가점이 낮아 청약을 아예 잊고 살았는데 최근 추첨제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마음을 바꿨다. 박씨는 "부동산 전망이 안 좋고 분양가도 부담스러웠는데 요즘 서울 청약 단지들이 완판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청약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추첨제가 많아진다고 하는 만큼 나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높았던 청약 문턱이 낮아진다. 앞으로 무순위 청약은 주택이 있어도 거주지와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다. 본청약 때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2~3년 전 분양한 단지의 계약 취소분이 저렴한 가격에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단지들은 시세차익을 확보해 '로또'로 불렸지만 해당 지역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28일 무순위 청약 요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무순위 청약 규제는 거주지 제한 요건이 없던 2021년 5월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순위 청약 요건 폐지는 개정안이 공포된 직후 시행돼 이날 이후 무순위 청약을 공개 모집하는 단지들은 개정안의 적용을 받게 된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다음달 8일 소형 평형 800가구의 무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지가 무순위 청약을 공고하면 전국에서 주택 소유와 관계없이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7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아파트(지난해 12월 기준)도 대거 '무순위 청약'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기존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에게 기반을 뒀다면 이제는 투자 수요까지 열어준 셈이라 분양가가 주변 대비 크게 비싸지 않다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추첨제 확대로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 2030세대가 청약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 1·3대책을 통해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을 때는 중소형 평형에서 추첨제 물량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젠 비규제지역이 돼 추첨제 물량이 공급된다. 이에 따라 서울은 전용 85㎡ 이하의 추첨제 비중이 60%, 85㎡ 초과는 100%가 된다.
1·3대책 이후 나오는 서울 분양은 중소형 평형에서 추첨제가 적용되고 있다. 첫 타자는 GS건설이 서울 영등포구에 짓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다. 다음달 6~8일 청약 접수를 한다. 일반분양 물량 98가구가 모두 전용 84㎡ 이하라 59가구가 추첨 물량이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강남3구와 용산구도 추첨제 물량이 도입된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의 중소형 평형은 추첨제 물량이 없었는데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이를 조정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도 중소형 평형 추첨제 물량을 늘렸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전용 60㎡ 이하는 전체 일반분양의 60%, 60~85㎡는 30%가 추첨제로 나온다. 85㎡ 초과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선 추첨제 20%, 가점제 80%이고, 조정대상지역에선 추첨제와 가점제가 50%씩이다. 3·4인 중장년 가구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 알짜 입지 단지에서 분양이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1만8463가구 가운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7631가구가 일반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희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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