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바람에 자사주 매입 행렬… 35%는 주가 하락

오귀환 기자 2023. 2. 27. 15: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활약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사주 취득에 나선 기업의 35%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자사주 취득이 주가 상승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주환원으로 공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비중 11.8%
잠재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가 주가 발목
“자사주 취득 후 소각까지 이어져야”

최근 행동주의펀드 활약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사주 취득에 나선 기업의 35%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그래픽=손민균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42곳으로, 그중 코스피가 23곳, 코스닥이 19곳이다. 이 중 15곳은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섰지만, 효과가 발현되지 않은 것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1주에 돌아가는 배당금도 늘어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기업들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지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다.

일부 상장사는 자사주 취득 공시 후 주가가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공시 이후 26일까지 74% 넘게 올랐다. 이 밖에도 DSC인베스트먼트(33.04%), 가비아(31.3%), 산돌(26.6%), 모베이스전자(20.3%)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반대로 자사주 취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반짝 상승에 그치는 등 하락한 기업 비율은 35.7%에 달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공시 후 전날까지 12.07% 하락했다. 이외에도 KT(-10.3%), 콜마비앤에이치(-9.83%), KB금융(-8.97%)도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주가 하락에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자사주 취득이 주가 부양 역할을 하지는 못한 셈이다.

자사주 취득이 주가 상승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주환원으로 공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거나, 기업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다시 처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다시 자사주를 매도할 가능성이 있어 잠재적 매도 대기물량(오버행)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비중은 11.8%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건수는 147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자사주 처분을 공시한 건수는 175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이 진정한 효과를 거두려면 자사주 취득에 그치지 않고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 관련 규정은 자기주식 공시를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완전히 막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며 “대다수 국가는 자사주 취득 후 즉시 소각하지만 국내는 이와 달라 주주환원 효과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후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은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경영 자율권 침해 소지가 있어 기업 반발이 심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금융위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이에 대한 취득, 처분 목적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