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업무 텐션’ 올리는 MZ세대… ‘차트 점거’ 한 노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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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할 때도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는 'SNL 코리아'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신입사원 김아영은 이렇게 말한다.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파이팅 해야지"라고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노래는 우리를 향한 유쾌한 응원가이자 새로운 '노동요'다.
이러한 노동요는 현대에 들어 일할 때 틀어놓는 노래, 텐션을 올리고 능률을 높이는 노래라는 새로운 뜻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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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해야지’ 1위 휩쓸어
단순한 멜로디 등으로 이목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시작점
뮤직플랫폼 ‘노동요’ 순위 등장
뉴진스·NCT드림 등 인기끌어
메인 차트 상위권까지 차지해
회사에서 일할 때도 귀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는 ‘SNL 코리아’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신입사원 김아영은 이렇게 말한다. “전 노래를 들으며 일해야 능률이 오르는 편입니다.” 그가 듣는 노래는 뭘까. 혹시,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가 아닐까?
걸그룹 노래 일색이던 가요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스페셜 유닛 부석순(승관, 도겸, 호시)의 ‘파이팅 해야지’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데 이어 음악방송 1위를 휩쓸고 있다.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파이팅 해야지”라고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노래는 우리를 향한 유쾌한 응원가이자 새로운 ‘노동요’다.
노동요의 본래 의미는 일할 때 부르는 민요다. 주로 농사일을 할 때 흥을 돋우고 스스로 또는 타인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노동요는 현대에 들어 일할 때 틀어놓는 노래, 텐션을 올리고 능률을 높이는 노래라는 새로운 뜻을 갖게 됐다. 노동요가 일상적인 단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면서 ‘아이유 노래 모음’ ‘기분 좋아지는 노래 모음’ ‘90년대 발라드 모음’ 등 개인이 특정 테마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동영상이 올라왔고, 여기에 ‘능률 높이는 댄스곡 모음’ ‘걸그룹 노동요’ 플레이리스트가 인기를 끌게 됐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유명 K-팝 곡들을 빠르게 배속해 만든 영상 ‘노동요’가 화제가 되면서 노동요 관련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노동요의 특징은 쉽다는 것이다. 음악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서인 만큼 듣기 편하고 쉬워야 한다. 흥겨운 펑크 리듬과 시원한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인 업템포 곡 ‘파이팅 해야지’도 쉽고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며 가사 역시 어렵지 않고 직관적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보이그룹의 노래들은 모두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파이팅 해야지’는 이를 깨고 대중적으로 다가간 아주 영리한 곡”이라고 말했다.
뮤직플랫폼 멜론에는 ‘갓생을 위한 노동요 톱100’ 차트가 만들어져 있다. ‘#노동요’ 태그로 많이 검색되는 곡들 순위를 정리해놓은 차트로, 그만큼 노동요를 찾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27일 오전 현재 1∼3위는 모두 걸그룹 뉴진스의 곡들로 ‘디토’(Ditto)가 1위, ‘오엠지’(OMG)가 2위, ‘하입보이’(Hype Boy)가 3위다. ‘파이팅 해야지’는 4위, 태양·지민의 ‘바이브’(Vibe)는 5위, NCT드림의 ‘캔디’(Candy)가 9위에 올라 있다. 흥미로운 건 멜론의 메인 차트 ‘톱100’도 이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1∼3위 모두 뉴진스의 곡들이고 4위가 ‘파이팅 해야지’, 5위가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다. ‘바이브’는 10위, ‘캔디’는 13위다. 일할 때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댄스곡들이 전체 청취량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있는 것이다.
노동요의 인기는 노래를 ‘골라 듣는’ 시대에,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이 유행하는 흐름과도 연관돼 있다. 블랙핑크를 위시해, 강렬하고 화려한 음악들이 유행했던 때를 지나 힘을 빼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부석순, 뉴진스의 노래들은 청춘을 향한 응원가”라며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 등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하는 콘텐츠들이 나오는 데 대한 피로감으로 쉽고 밝고 긍정적인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슬램덩크’ 열풍도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노동요 유행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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