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비자 불편 ‘콕’ 집어 해소하는 불황기 인기 제품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2023. 2.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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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표현 욕구 적중한 ‘인생네컷’
새롭게 뜨는 편의점식 헬스장
소비자 욕망 세심하게 읽고
작고 사소한 문제까지 해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인생네컷’과 같은 즉석 사진관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도 스티커 사진 부스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과거의 스티커 사진이 개인 소장용에 불과했다면 최근 셀프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추억을 널리 공유하는 10, 20대의 놀이 문화로 새롭게 부상했다. 가상의 이미지와 여러 개의 부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을 중요시하는 세대의 취향을 셀프 즉석 사진관이 적중시킨 것이다. 이 서비스의 인기는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이더라도 소비자의 새로운 열망을 충족시키면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망을 섬세하게 읽는 기업은 기존 제품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 경기 침체에도 승리하는 제품 개발 전략을 소개한 DBR 363호(2023년 2월 2호)의 스페셜리포트를 요약했다.

● 편의점식 헬스장의 혁신

불황을 이기는 제품은 기존 경쟁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소비자의 ‘문제’를 포착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일본의 개인 트레이닝 회사인 리잡은 2022년 7월, 편의점처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헬스장 ‘초코잡(Chocozap)’을 출시했다. 기존 헬스장의 경우 한번 가면 옷을 갈아입고 샤워도 해야 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초코잡은 운동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지나는 길에 잠깐씩 들러 틈틈이 운동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다. 월 3만 원만 내면 지하철역 근처에 마련된 전국 100여 개 점포를 24시간 중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초코잡에는 간단한 운동 기구와 체성분 측정기, 여성 고객을 위한 셀프 제모기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같은 ‘편의점식 헬스장’은 기존 헬스장 이용 고객의 불편을 해소함으로써 2023년 일본의 히트 상품 1위로 꼽혔다.

2023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소개된 LG전자의 선 없는 TV 또한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한 제품 개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많은 소비자들이 TV 본체와 주변 기기를 연결한 여러 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했다. 이를 타깃으로 LG전자는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앤 ‘시그니처 올레드 M TV’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TV는 오랫동안 존재했던 가전이지만 기존 제품이 해소하지 못한 불편을 포착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의 창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텔스(stealth) 가전은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이다. 스텔스 가전은 가전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구 안에 가전을 숨겨둔 제품을 의미한다. 일례로 일본의 가전 업체 루저(LOOZER)가 만든 스마트 테이블은 거실용 테이블의 서랍이 냉장고인 제품이다. 거실 테이블의 서랍에 와인, 음료수, 안주 등을 넣어둘 수 있어 소비자는 거실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때 주방에 다녀올 필요 없이 테이블에서 바로 음료와 스낵을 꺼낼 수 있다. 또 이케아는 거실 테이블 안에 공기청정기를 숨긴 스타르크빈드(Starkvind) 테이블을 출시했다. 이처럼 스텔스 가전은 집 안에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공간을 없애고 싶고, 또 반복되는 불편을 겪기 싫어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탄생한 신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CD 앨범의 대체재로 나온 ‘키트 앨범’은 음악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 제품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의 키트 앨범을 스마트폰에 인식시키면 이 앨범에 내장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용적 가치와 기존 CD 앨범이 제공하는 소장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음악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텔스 가전이나 키트 앨범의 공통점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소비자가 왜 그것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 소비자의 신뢰를 혁신의 지렛대로

불황을 이기는 또 다른 전략은 브랜딩과 기술력으로 쌓은 높은 신뢰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할지라도 브랜드가 소비자가 늘 갈망하던 것을 제공하면 소비자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 다이슨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제품 콘셉트와 압도적 기술력으로 확고한 ‘팬덤’을 쌓아왔다. 1993년 청소기 사업으로 출발해 2016년 헤어드라이어 시장에 진입했고, 2018년 ‘다이슨 에어랩’을 출시했다. 에어랩은 적은 열로도 쉽게 헤어 스타일링을 할 수 있게 만든 혁신 제품이다. 헤어드라이어로 멋진 컬을 만들어내는 건 전문가만 할 수 있는, 보통의 소비자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다이슨 에어랩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다이슨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다이슨의 신제품 출시 소식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이처럼 굳건한 소비자의 신뢰를 활용해 소비자의 작고 사소해 보이는 불편을 해소하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전략도 불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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