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등 터진 드림어스…SM은 정말 카카오에 다 넘겼나 [SM·하이브 공방전]

2023. 2.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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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음반·음원 유통 협력
새우 등 터진 드림어스컴퍼니
우선적 신주인수권도 부여
업계도 혼돈…갑론을박 한창
탁영준(왼쪽), 이성수 공동대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모와 암투, 거대한 ‘머니게임’을 향한 두뇌싸움…. 요즘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의 공방을 두고 드라마보다 더 재밌는 ‘현실판 인수전’이라는 관전평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당사자들의 속사정과는 무관하게 이 게임을 둘러싼 상황은 긴박하다.

지난 7일 동안에도 SM 현 경영진과 1대 주주 하이브 사이의 힘겨루기가 거셌다. 양측은 하루 차이로 기업설명회를 통해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에 바빴고, 그 사이에 지난 22일 이수만 SM 창업자와 하이브,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의 첫 법정 공방도 이어졌고, 이날 하이브는 예정보다 빨리 지분 대금을 치르며 SM의 1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23~24일엔 SM과 카카오간의 사업협력계약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며 역대 최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가 맺은 사업협력계약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하이브는 SM이 카카오에게 회사의 ‘주요 먹거리’를 다 넘긴 ‘종속적 계약’이라는 입장이고, SM은 “수평적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이브가 SM과 카카오의 계약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적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과 SM 음원, 음반 유통에 기한 없는 배탁적 권리를 준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이브는 ▷ SM 신주 혹은 주식연계증권 카카오에 우선 부여 ▷ 카카오엔터가 SM 국내·외 음원에 대한 제한 없는 배타적 권리 획득 ▷ 카카오엔터가 북·남미에서 SM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관리 ▷ 카카오엔터에서 공연·팬 미팅 유통 총괄 등의 내용을 꼬집었다.

하이브 방시혁(왼쪽)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 [각 사 제공]
우선적 신주인수권…얼라인은 알고도 동의했나?

우선적 신주인수권을 놓고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다. 우선적 신주인수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SM이 또 다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카카오가 우선적으로 이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SM 측이 카카오의 지분율을 언제든 높일 수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이브는 “이 조항대로라면 카카오는 SM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우선권을 활용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며 “일반 주주에게 불평등한 시나리오를 막을 수 없게 되고, 카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 지속적으로 지분 가치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일반적 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제3자배정 시 특히 2대 주주 등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의 지분희석을 방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조항이다”라며 “SM이 투자자의 의사에 반해 경쟁자 등으로부터 제3자배정을 받음으로 인해 사업 협력 파트너십이 약화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상법 위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양사의 인수 과정을 깊이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우선인수권은 스타트업 등 투자가 간절한 기업이, 자신의 규모에 비해 큰 투자를 유치할 때 들어가는 조항이다. 대규모 투자를 한 뒤,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면 투자를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얼라인과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는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을 텐데, 카카오의 지분희석 방어에는 동의하면서 다른 주주의 지분희석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SM은 이 조항과 관련, “신규 제3자 배정 방식 투자 유치는 계획된 바가 전혀 없다”며 “특히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가 거의 찼기 때문에(잔여한도 약 2만주·0.08%) 정관 변경 없이는 추가 신주 발행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주 발행이 정관 변경을 통해서 가능한 조건일 경우,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가 필요한 건이기 때문이다. 상법 제434조(정관변경의 특별결의)에 따르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정관을 바꿀 수 있다.

SM은 그러면서 “카카오가 SM에 추가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분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투자계약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구를 주주를 호도하고자 악의적으로 곡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성수,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은 정말 카카오에 다 넘겼나?

SM과 카카오 간의 계약이 K팝 업계를 놀라게 한 것 중 하나는 음반, 음원 유통권은 물론 국내 공연과 팬미팅의 티켓 유통 관련 사업도 협력하기로 한 점이다.

음악 업계에선 “지분 9%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오디션, 해외 합작, 음반 음원 공연 팬미팅 유통의 무기한 독점 권한에 2차 IP콘텐츠를 카카오나 카카오 계열사에서 한다는 것은 불평등 계약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하이브에서도 “SM이 넘기는 중요한 사업적 권리들과 비교해 SM이 받는 사업 내용은 터무니없이 작다”고 강조했다. 사업협력계약에 따르면 SM은 자회사 SM 라이프 디자인에서 카카오엔터 산하 가수의 음반을 생산하고, 카카오엔터 산하 가수들은 SM 라이프 디자인이 건설 중인 뮤직비디오 촬영장을 활용한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음반과 음원은 회사의 주 수익원으로 아티스트 위상에 따라 유통 수수료의 협상력이 달라진다”며 “SM은 이번 계약으로 중요한 사업 권리를 기간 제한 없이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며 카카오엔터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SM은 이에 대해 “음반·음원 유통에 대한 ‘기간 제한 없는’ 권한을 카카오에 넘겼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세부 내용은 향후 구체적으로 개별 계약을 진행할 때 별도로 논의될 것”이라며 “음원 유통은 매출에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신중히 검토해 최선을 다해 카카오와 협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측도 SM과 카카오엔터의 음원 유통계약은 공정한 가격을 통해 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는 SM과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합작 법인 설립 등의 협력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SM은 카카오엔터의 미국 자회사인 카카오엔터아메리카와 50 대 50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고, SM 아티스트들의 북미 및 남미 지역 매니지먼트 업무를 합작사로의 이관을 합의했다.

업계에선 ‘노하우 유출’ 우려도 언급한다. “SM이 25년 넘게 쌓아온 독보적인 노하우와 시스템이 합작이라는 이름을 통해 K팝 역량이 부족한 카카오엔터에 고스란히 노출돼 이전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양사의 인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이해관계자는 “특히나 일본 시장은 SM의 안방이자 텃밭과도 같은데 굳이 카카오와 협력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다.

SM과 카카오엔터가 선보일 합작사의 초대 대표이사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이다. 장 부사장은 현 이사회 추천으로 SM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 내부거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글로벌 음원 유통권을 포함한 SM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SM과 아티스트들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SM 아티스트 및 주주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계약을 통해 SM 아티스트들의 북남미 활동이 향후 카카오엔터 주도로 재편될 것임이 자명해졌다. 북남미 시장은 SM이 카카오엔터 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정한 의사결정인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SM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된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미국 빌보드 선정 ‘음악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 이름을 올렸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하이브의 입장은 강경하다. 하이브는 “본 계약이 SM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SM 아티스트의 권리를 제약하며 SM 구성원의 미래를 유한하게 만드는 계약이라고 본다”며 “본 계약이 담고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드림어스컴퍼니

SM의 경우 기존 음반, 음원 유통권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드림어스컴퍼니가 맡아왔다. 음원 플랫폼 플로를 운영 중인 드림어스컴퍼니에선 SM, JYP, 피네이션의 음반, 음원 유통권을 가지고 있다. SM은 드림어스컴퍼니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투자 회사와의 거래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음원, 음반 유통 계약은 아티스트마다 기간, 지역(국내, 국외) 등 계약 내용이 모두 다르다. 계약 사항과 종료 시점이 저마다 달라 양사의 협력도 이에 맞춰 진행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음원 유통 관련 사업은 카카오와 SM의 전방위 사업 협력의 일환이다”라며 “SM은 외부에 음원 유통을 맡겨왔으며,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음원유통 경쟁력을 갖춘 업계1위 카카오엔터와의 협력은 SM의 국내외 매출 증대에 직결돼 중장기적인 음원 경쟁력 및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내용이 성사되면, 대중음악 유통 시장은 또 한 번 재편하게 된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아이브·몬스타엑스(스타쉽엔터), 아이유(이담엔터), (여자)아이들(큐브엔터) 등의 음원·음반 유통을 맡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음원시장에서 독보적인 유통 점유율 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절대 강자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음원 차트 400위권 기준 35.7%의 음원 유통 점유율을 기록,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2위는 드림어스컴퍼니(15.5%)였다. 지난달 음원시장에서도 카카오 엔터는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음반 점유율 1위는 드림어스컴퍼니다. 전체의 37.8%를 차지한다. 이어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유통권과 YG 소속 가수 유통권을 쥐고 있는 YG플러스가 31.4%로 2위, 카카오엔터가 17.4%로 3위에 올라있다. SM을 등에 업는 카카오엔터는 단숨에 1위 자리로 오를 수 있는 저력을 갖게 된다.

반면 드림어스컴퍼니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인수전’에 치여 주요 사업이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음반 판매량 7658만 장 가운데 하이브가 2244만장(29.30%)가 1위, SM이 1561만장(20.38%)으로 2위에 올랐다. JYP는 1192만장(15.56%), YG는 462만장(6.03%)였다. 빅4를 제외한 다른 기획사의 총 판매량은 2200만장(28.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림어스컴퍼니 입장에선 업계 2위를 차지하는 대형 고객이 사라지는 셈이다.

드림어스컴퍼니 측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의 음반 판매량이 상당한 만큼 소속 아티스트의 음원, 음반 유통권이 빠지면 드림어스컴퍼니에 입는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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