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해안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이유

정윤지 여행플러스 기자(jeong.yunji@mktour.kr) 2023. 2. 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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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신 설문대 할망 이야기가 전하는 산방산
사랑을 기원하는 산방덕이 설화…산방굴사
용이 바다로 나아가려던 곳…용머리해안
사람을 살린 구명수 전설…산방산 탄산온천
용머리해안의 절경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제주의 거신 설문대 할망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제주에는 특별한 창조신이 존재한다. 거신(巨神) 설문대 할망이 그것이다. 키가 매우 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두 다리가 관탈섬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한다.

전설은 제주의 형성부터 함께한다. 설문대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옮긴 것이 한라산이고 흙을 옮기는 과정에서 치마폭에 난 구멍으로 떨어진 흙이 오름이 됐다. 또 그의 소변이 물길이 돼 본래 본섬과 이어져 있던 우도를 갈라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라산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를 빚어낸 것이다.

제주 곳곳에는 설문대 할망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기 위해 다리를 만들었던 조천리 앞바다의 ‘여’, 그의 500명의 자녀들이 돌로 굳어버린 ‘영실기암’ 등 제주의 지형과 관련한 설화에는 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제주 남서쪽에 우뚝 선 산방산도 그렇다. 산방산에는 다양한 설문대 할망 설화가 얽혀있는데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 봉우리를 뚝 떼어내 던져낸 것이 산방산이 됐고, 남은 봉우리가 백록담이 됐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백록담과 산방산의 지질이 조면암으로 같고, 둘의 둘레가 얼추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흥미를 더한다.

재미난 이야기를 지닌 제주 속의 작은 한라산과 산방산.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자연이 빚어낸 동굴 속 사찰, 산방굴사
산방사 가는 길 전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산방산에는 네 개의 절이 있다. 산방사와 보문사, 꼭 하나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광명사 그리고 천연 석굴에 불상을 안치한 산방굴사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사찰은 제주 10경 중 하나 산방굴사다. 산방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산방굴사에 닿기 위해서는 보문사와 산방사 사이로 난 좁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야 한다. 계단 곳곳에는 다양한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어 가쁜 숨을 잠시 돌리기 좋다. 용머리 해안선과 그 뒤로 펼쳐진 형제 섬과 송악산의 절경이 다시금 계단을 오를 힘을 준다.

굴 입구에서는 형제섬을 비롯해 가파도, 마라도와 용머리 해안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와 영험함으로 예로부터 많은 승려들이 찾아와 속세에서 벗어나 수도를 했다. 추사 김정희도 유배생활 중 이곳에 올라 수양을 했다고 전해진다.

산방굴사 부처상 / 사진 = 한국관광공사
높이 5m, 깊이 10m의 동굴에 자리한 산방굴사. 그 안쪽에는 바다를 마주한 부처상이 있다. 부처상 옆 바위 틈에서는 사시사철 깨끗한 물방울이 떨어지는데 이와 관련한 전설도 전해온다.

과거 산방굴에는 선녀 산방덕이가 살았다고 한다. 그는 고성목이라는 성실한 나무꾼과 혼인을 했는데, 산방덕이의 미모를 탐한 마을 사또가 고성목에 누명을 씌워 옥에 가둔다. 그를 그리워하던 산방덕이가 산방굴사에 올라 바위로 굳어졌고, 자신의 기막힌 운명을 비탄하며 흘리는 눈물이 그 물방울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이 물은 영험한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진다. 샘물을 마시면 수명이 늘어나고, 가족의 건강을 빌어준다고 한다. 또 물이 고인 수위에 따라 자식의 성별을 점쳐볼 수 있다는 속설도 전한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 용머리해안
용머리해안의 절경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용머리 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체다. 한라산과 용암대지를 형성하기 이전인 신생대 제4기(약 100만 년 전), 바닷속 화산이 분출하면서 화성쇄설물이 쌓이며 만들어졌다. 총 3개의 화산체가 오랜 기간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깎여 현재의 용머리와 같은 모습으로 남으면서 용머리 해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용머리 해안에는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제와 얽힌 전설이 있다. 제주도의 옛 이름 탐라에는 임금과 제후가 태어나는 땅, 왕후지지(王侯之地)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봐 제주 땅을 견제한 진시황제는 술법사 고종달(호종단)을 제주도로 파견하기에 이른다.

제주를 찾은 고종달은 산방산 일대에서 용머리를 찾고, 꼬리와 등을 칼로 잘랐다. 그러자 바위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산방산은 신음 소리를 내며 몇 날을 울었다고 한다. 그 용의 몸통이 지금의 용머리 해안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용머리해안 입구와 용머리해안 뒤로 보이는 산방산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용머리 해안으로 향하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바다와 접하고 있고 때때로 파도가 들이닥치는 까닭에 만조에는 출입을 금지한다. 게다가 기상 상황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도 폐쇄하기 때문에 기껏 찾아오더라도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발 바삐 움직이거나 사전 입장 가능 여부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용머리 해안의 절경은 입구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 형성된 25~40m 높이의 사암층 암벽이 700m 길이로 뻗어있다. 암벽 곳곳에는 바람과 해수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움푹 파인 동굴, 웅덩이, 벌집구조의 타포니 등 이국적인 경관이 이어져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칭이 붙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용머리해안에는 해녀의 좌판과 유채꽃밭 등 소소한 재미가 숨어있다.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곳곳에서는 해녀들이 좌판을 깔고 해산물을 판매한다. 해녀가 갓 잡아 올린 뿔소라와 멍게, 해삼 등 신선한 자연산 해산물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키 작은 의자에 앉아 은색 쟁반 위의 신선한 바다의 맛을 느껴 봐도 좋다.
산방산 조망 온천욕, 산방산 탄산온천
산방산 탄산온천 전경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바삐 100만 년의 세월을 돌아본 후에는 뜨끈한 온천수로 피로를 풀어보자. 산방산 아래 자리 잡은 산방산 탄산온천은 제주 최초의 대중 온천이다.

산방산 탄산온천의 온천수는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것으로, 중탄산이온과 유리 탄산가스 함량이 국내 최대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속 탄산가스가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내리는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해 예로부터 ‘고혈압탕’ ‘심장천’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산방산 온천 입구에는 ‘비둘기 울음소리가 나는 물’이라는 뜻의 구명수(鳩鳴水) 문자가 적혀 있다. 여기서 구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救命水)’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이 이름과 관련해서도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먼 옛날 산방산 지역에 괴질이 번지고 있었는데, 당최 치료 방법을 몰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백발의 노인이 대정현감의 꿈에 나타나 박쥐 깃털 자락에 명약이 있음을 귀띔했고 현감은 박쥐의 형상을 한 단산(바굼지 오름)을 찾아 칼을 꽂아 넣었다. 칼을 꽂은 자리에서는 물이 솟아 나왔는데, 그 물로 목욕을 하니 병마가 씻은 듯 사라졌다고 한다. 이 영험한 물이 현재의 산방산 탄산 온천이 됐다는 이야기다.

산방산 탄산온천 노천탕 /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노천탕. 산방산과 한라산의 모습을 바라보며 야외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땅콩 모양의 냉탕과 열탕, 온탕, 미온천 등 각각의 매력을 지닌 총 7개의 탕이 있다.

그중 관광객들 사이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은 돌담 위에 자리한 온천탕이다. 산방산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SNS 인기 인증 사진 명소로도 떠올랐다. 이밖에도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오는 달 조형물부터, 옥상에 위치한 포토존까지. 다양한 사진 명소를 구비한 인증 사진 맛집이다.

아름다운 전망과 이색 웰니스 여행지로 알려지면서 ‘온천은 중장년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2030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제주도 산방산 탄산온천 관계자는 “과거에는 효도관광차 방문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의 데이트 코스로 주목을 받으며 젊은 층의 방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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