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장독, 정성이 익어가는 시간
대전시 서구 원정동의 마을 초입. 한 집 마당에 장독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그 장독대 사이로 연방 메주를 나르고 독을 닦는 바쁜 손길이 보인다. 예전에는 흔한 모습이었지만 근래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바람이 매서운 음력 정월은 보통 장을 담는 시기다. 메주는 음력으로 10월에서 12월 무렵에 쑤고, 장 담그기는 이듬해 정월에서 3월 무렵에 행해진다. 시기가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지역과 날씨에 따른 변동이 있다. 장은 메주 쑤기, 메주 띄우기, 장담그기, 발효와 숙성, 장 가르기의 과정을 거치는데, 장 가르기를 통해 소금물에 담겨 있던 메주는 간장과 된장으로 분리된다.
장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문화로 1년 동안 밥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의 간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장담그기는 집안의 어떤 대소사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장을 담그고 나서는 숯이나 고추를 띄우거나 항아리에 금줄을 쳤는데, 이는 장에 벌레가 생기거나 맛이 변하는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장맛이 변한 집은 망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이 잘못되는 건 집안의 우환으로 연결됐다. 오직 장맛을 지키기 위해 부정이 깃드는 걸 막고자 장을 담근 후 삼칠일 동안은 상갓집에도 가지 않았다.
대전에서 우리 전통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옥분씨는 장의 힘이 크다고 말한다. “전통장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동시에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을 조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적절한 발효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정성은 음식에 다른 의미를 더해줍니다. 만일 장을 직접 담가 드시는 게 어렵다면 좋은 장을 찾아드시길 권합니다. 전통장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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