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역 옮겨라”… 대구 경전철 시작부터 삐걱

박원수 기자 2023. 2.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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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11개 역사 12.5㎞ 노선안 발표
대구의 새 도시철도 엑스코선에는 경전철인 AGT가 도입될 예정이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에 적용된 AGT 전동차. /대구교통공사

“도시철도 엑스코선 재검토하라.” “선로 변경 목숨 걸고 추진하자.”

23일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종합유통단지. 대구 도시철도의 네 번째 노선인 ‘엑스코선’의 엑스코역(驛) 설치 장소를 이전하라는 내용의 노란색 현수막이 단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난 13일 대구시의 도시철도 엑스코선 기본 계획안이 발표된 뒤 유통단지 내 입주 상인들과 주변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이곳만이 아니다. 엑스코선이 지나는 노선 주변 여러 곳에서 역사(驛舍) 위치, 차량 종류 등을 놓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코선은 대구 도시철도의 네 번째 노선이다. 1·2호선은 일반 도시철도 형식의 중전철이고, 3호선은 모노레일 형식이다. 엑스코선은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출발해 동대구역~경북대~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거쳐 동구 이시아폴리스역까지 12.491㎞를 오가는 노선이다. 역사가 11곳 설치될 예정이다. 이 노선에 투입될 차량 종류는 경전철인 AGT(자동 안내 주행 차량)다. 총 7805억원이 들어가며, 2025년 공사를 시작해 2029년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 초반부터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역사 위치가 문제다. 엑스코선의 ‘엑스코역’은 대중교통 수단 소외 지역인 엑스코와 엑스코가 들어선 대구종합유통단지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기본 계획안에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엑스코역이 엑스코와 상당히 먼 거리에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서관과 동관으로 나뉘어 있는 엑스코에 입장하려면 서관 정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엑스코역은 이 정문에서 약 450m 떨어져 있다. 유통단지 중심과는 더욱 멀다. 따라서 ‘엑스코 없는 엑스코역’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출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대구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당초 건설 취지에 맞게 엑스코역 위치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만 대구시의원도 지난 16일 열린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주민들은 접근성 높은 도시철도 건설을 크게 기대했지만 주변 실정에 맞지 않는 노선 설정으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대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당초 학생들의 이용이 가장 많고 사실상 정문 역할을 하는 북문 바로 앞에 역사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기본 계획안에서 경북대역은 북문보다 북쪽으로 500m나 더 올라간 복현 오거리 일대에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북대와 학생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노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역사 수가 줄어든 것도 논란거리다. 엑스코선은 당초 역사를 13곳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기본 계획안에서는 11곳으로 2곳이 줄어들었다. 역사 수가 줄면서 역간 거리는 1200여m로 당초 계획보다 멀어지게 됐다. 3호선의 역간 거리는 800m 정도다. 대구시는 “역사를 13곳으로 할 경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늘어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역사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차량 종류가 바뀌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엑스코선은 당초 3호선과 같은 모노레일로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경전철인 AGT로 변경됐다. 이는 모노레일 차량과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히타치가 국토부의 ‘형식 승인(완성차 검증 절차)’을 면제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 이상 모노레일 차량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병수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AGT가 모노레일보다 운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건설 비용이 더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기본 계획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대구시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은 “오는 27일 공청회, 28일과 3월 2일 주민 설명회 등을 열어 여론 수렴을 할 것”이라며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엑스코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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