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公기관 낙하산 고질병 유감
지난해 12월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선 올해 공기업 예산운용지침 등 28건의 안건이 논의됐는데, 이 중 25건이 임원인사 안건이었다. 통상 공기업 준정부기관 인사에 관한 논의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대부분 ‘원안 의결’이란 심의 결과와 함께 “개인의 신상, 평판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이므로 비공개 처리함”이라고 명시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대대적인 공기업 개혁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2016년 말 499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2021년 말 583조원으로 확대되는 등 ‘방만경영’이 심각하다고 보고, 예산효율화 및 복리후생 개선은 물론 2027년까지 200곳이 넘는 공공기관에 직무급제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 모두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임기 초반 강력했던 개혁 의지는 왜 흐지부지됐을까. 공공기관 스스로 개혁에 나설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공기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인사는 유능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는커녕 권력의 친소관계에 따라 ‘자기 사람 챙기기’ 식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정부가 제대로 공공기관 개혁을 하고 싶다면 낙하산 인사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공운위 민간위원들도 납득하기 힘든 인사가 여전한데 누가 공공기관 개혁에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현재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제17차 공운위 회의록에는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민간위원 질의가 삭제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안건 내용 일부가 실수로 노출됐다고 해명했다. 그들만의 인사 검증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기업 인사 시스템을 갖추는 것, 공공기관 개혁의 성공을 위한 필수과제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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