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교과서엔 금융교육만 있고 전세교육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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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형이 전세사기를 당했다.
전세사기는 한 인간의 노동시간을 도둑질한다는 걸 알았다.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기자 메일함에는 지자체별로 전세사기 예방 주민 교육을 연다는 보도자료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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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형이 전세사기를 당했다. 1억원 넘는 전세보증금을 날릴 것 같다고 전화가 왔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가입 못했다. “계약할 때 뭔가 쎄하더라”라고 웃는 형. 매일 소주 한 병 먹다 골목에서 넘어졌다고 멍든 무릎 사진을 보냈다. 가끔 형이 슬플 때 그랬듯 “형 괜찮아”를 할 수가 없다. 형의 전 재산. 형이 수년 동안 출퇴근길 지하철 손잡이에 기대 졸음 참아가며 모은 돈이 한순간 사라졌다.
전세사기는 한 인간의 노동시간을 도둑질한다는 걸 알았다. 형은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것 같다고 퇴근 후 밤새 법 공부해야겠다고 또 웃는다. “공부 열심히 해서 변호사될 걸 그랬어” 형이 과거를 후회한다. “멍청해서 당한거지”라면서 자신을 누른다. 형은 SKY 대학 중 한 곳 나왔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해도 집에 대해선 잘 몰랐다. 형은 횟집에서 대방어 붉은 살점에 젓가락 꽂아두고 식탁 밑만 본다. 여러 번 깨뜨린 술잔을 우득우득 밟으면서.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의 여러 줄기 중 하나는 홍보·교육이다. 계약 당사자가 일차적으로 알고 사기를 피하는 것이 법제도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자 메일함에는 지자체별로 전세사기 예방 주민 교육을 연다는 보도자료가 쌓인다. 문득 왜 학교에선 안 가르치는지 의문이 든다. 기본권에 포함된 주거를 위해 임대차 계약서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다. 교육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헌법 주거권은 배웠는데 정작 전세는 잘 모르는 스무 살들이 자취방을 알아본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부동산 매매, 임대차 계약을 담은 주거교육을 넣는 건 어떨까.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집을 어떻게 찾고 계약하는지를 모두가 아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은 금융위 주도로 공교육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주거교육은 부재하다. 현재 2015 교육과정 고교 ‘경제’ 교과서에는 단락 하나로 ‘경제생활과 금융’이 있다. 금융제도, 상품 중심이고 부동산은 없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22(고시 시점) 교육과정부터 '금융과 경제생활'이 융합선택과목으로 신설된다. 주된 내용은 은행 예적금이다. 국민 전 재산이자 기본권인 주거는 언제 배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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