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가 학생성적 진단해 맞춤형 수업…'수포자'도 줄여줄까

고유선 2023. 2. 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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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확충 문제·정보유출 우려도…교원단체 "교사 증원이 먼저"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5년, 새 학기를 맞아 수학 디지털 교과서를 쓰게 된 준영이는 수업 시작과 함께 노트북을 펼쳐 사전학습 문제를 푼다.

준영이와 학급 친구들의 문제풀이 결과는 선생님의 대시보드로 전송된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살펴본 뒤 수준별 모둠을 꾸리고 '삼각형 작도'를 위한 모둠별 학습을 시작한다.

모둠 안에서 각자 역할을 정하고 맡은 과제를 한 뒤 발표를 하자 선생님은 피드백을 주셨고, AI 디지털 교과서의 진단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숙제도 내주셨다.

준영이는 도형에 대해 공부하는 숙제를 받았는데,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디지털 교과서가 개념 설명까지 해준다. AI튜터는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준영이가 궁금해하는 내용에 답을 해준다.

디지털 교과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참관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에듀테크는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접목해 쌍방향·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산업. 2022.9.22 mjkang@yna.co.kr

줄어드는 학생, 발달하는 기술…디지털 교과서로 '맞춤형 수업'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은 이처럼 AI 기술을 교육현장에 접목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우선 2025학년도부터 수학·영어 등 일부 과목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과서는 단순히 서책형 교과서를 전자기기로 옮겨놓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해 교사에게 알려줌으로써 교사가 학생의 이해도를 고려해 수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은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문제를 푸는 대신,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성취도에 맞는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교육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챗GPT 등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어지간한 지식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수학 교과서는 학생의 성취 수준에 맞는 예제를 제공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차근차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어려운 교육과정에 겁을 먹고 '수포자'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

영어 교과에서는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듣기뿐 아니라 말하기 연습도 지원할 수 있다.

교사는 예전처럼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과정에 맞춰 '진도를 빼는' 대신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을 파악해 자세히 설명해줄 시간을 벌 수 있다.

수업 외에는 진로·적성에 대한 상담이나 학생들의 사회·정서적인 발달을 고려한 상담에 시간을 할애하기 용이해진다.

교육부는 최근 학령인구가 줄고 AI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을 취한 '맞춤형 학습'이 필요해짐에 따라 이처럼 학생들이 성취도와 진로·적성을 고려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AI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게 된다면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기존 역할 역시 미래 교실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여건 미비로 현장 혼란 우려…"학급당 학생 수 감축·교원 증원이 먼저"

다만 교육계에서는 아직 현장 준비가 미흡해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2022년 3월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보급된 스마트 기기(태블릿·노트북)는 151만대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0.28대 수준이다.

무선망 역시 대부분의 학교에 구축돼 있기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접속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긴급히 도입된 무선망과 스마트기기 보급 등 교육현장의 준비 여건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급 당 학생 수도 맞춤형 수업의 걸림돌이다.

정의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2년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행정구역별) 과밀학급(학생 28명 이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의 경우 서울 강남구(37.7%), 서울 서초구와 경기 하남시(각 35.9%) 등은 10학급 가운데 거의 4학급이 과밀학급이었다.

중학교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한데 경기 오산시는 관내 243개 교실 가운데 92.6%인 225곳이 과밀학급이다.

AI보조교사가 수집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지난해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이 해킹을 통해 유출되면서 정보보안에 대학 학생·학부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원단체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을 늘리는 것이 맞춤형 수업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총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근본대책 추진 없이는 (미래에 대비한 교육개혁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며"'학급 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 수업 혁신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전면화됐지만, 우리가 확인한 것은 에듀테크 기기가 아닌 교사와 학생간 '눈 맞춤 교육'의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말하는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위해 중요한 것은 학교의 모든 것을 디지털과 AI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급 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증원을 통한 맞춤형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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