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학교밖청소년의 배움터' 성지중 폐쇄위기…법인화 난항

서혜림 2023. 2.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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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와 학교 밖 청소년의 배움터였던 서울 강서구 성지중·고등학교가 법인화에 난항을 겪으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개인 소유로 운영돼 온 성지중고는 상속자가 법인을 만들거나 다른 법인이 승계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내년 2월 말 폐쇄된다.

성지중고의 경우 상속자가 법인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시설을 승계해줄 법인을 찾았지만 건물 조건을 갖추지 못해 교육청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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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사망 후 '개인→법인' 소유 전환 필요…법인화 실패하면 내년 폐교
개인 소유 평생교육시설 서울에 8곳 남아…비슷한 문제 직면
성지중·고등학교 수업 [성지중·고등학교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만학도와 학교 밖 청소년의 배움터였던 서울 강서구 성지중·고등학교가 법인화에 난항을 겪으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개인 소유로 운영돼 온 성지중고는 상속자가 법인을 만들거나 다른 법인이 승계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내년 2월 말 폐쇄된다.

성지중고는 학력인증이 되는 학교 형태의 평생교육 시설(교육 시설)이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이나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이 다닌다. 비행 청소년 등 정규 학교의 중도 탈락 학생이 교육 기회를 얻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일 등교를 하고 수업을 받는 점에서 학교와 흡사하다. 졸업 후에는 검정고시를 따로 보지 않더라도 학력 인증 졸업장이 나온다.

성지중고에는 1972년 영등포 부근에 구두닦이나 공장 직공 등을 모아 가르치든 야학의 형태에서 출발해 1986년에 정식으로 설립됐다.

한때 1천8백명의 재학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는데, 현재는 총 223명의 청소년과 어르신이 성지중고를 다니고 있다.

이 곳처럼 개인이 만든 교육 시설은 일성여자중고, 진형중고, 청암중고, 청량정보고 등 서울에 8곳이 남아있다.

성지중고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은 지난 2007년에 개정된 평생교육법 때문이다. 이 법은 교육 시설의 설립 주체를 학교 법인이나 재단 법인으로 규정한다.

이미 개인이 설립한 학교의 경우 설립자가 사망하면 운영 주체를 법인으로 변경해야 한다. 성지중고 설립자이자 전 교장은 2년 전 사망했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런 조항이 도입됐지만 개인이 운영하던 시설을 법인으로 전환하기에는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이 노후했다면 기준에 맞춰 새로 지어야 하며, 법인화 후에는 비영리로 운영해야 하므로 물려받은 재산을 출연해야 하는 유족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학교법인이나 공익재단 법인을 가진 자가 시설을 흡수하면 학교를 다른 건물에서 운영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인이 소유한 건물을 교육 시설만으로 운영해야 하며, 운동장도 갖춰야 하는 등 일반학교와 같은 설립기준이 적용된다.

성지중고의 경우 상속자가 법인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시설을 승계해줄 법인을 찾았지만 건물 조건을 갖추지 못해 교육청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지중고 관계자는 "인근 어르신들의 입학 문의가 많이 오는데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어서 몹시 안타깝다.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한 배움터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지중고 뿐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다른 교육 시설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예술고등학교, 서울연희미용고등학교도 설립자 사망 후 법인화에 실패해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폐쇄됐다. 한림예고의 경우 극적으로 법인화에 성공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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