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4할’ 백인천의 말동무, ‘원조 포수 4번 타자’ 유승안의 WBC 응원

김도환 2023. 2. 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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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청룡 감독 겸 선수 백인천, 개막전 포수에 4번 타자로 유승안 기용"
경동고등학교 16년 선후배 사이, '예전엔 티격태격. 지금은 진짜 좋은 선후배이자 사제지간'
불멸의 4할 백인천 "개막전이 한국 야구 살린 거야! 나도 원래 포수 출신. WBC 한일전 응원"
유승안 "개막전은 대한민국 야구사의 역사적인 경기. 개막전 원조 포수 4번 타자 출신 자부심"
지금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직 수행 "야구 꿈나무들에게도 관심을!"
한국 야구의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좌)과 MBC 청룡 4번 타자 출신 유승안(우)


1982년 3월 27일 삼성 라이온즈 대 MBC 청룡!

한국 프로야구 42년 역사의 첫 경기는 1982년 3월 마지막 주에 열렸다.

당시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잊지 못할 명승부이자 지금도 인구에 오르내리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우선, 시구자부터 화제였다. 시구자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섰다. 시포를 맡은 주인공은 MBC 청룡의 안방마님 유승안 포수였다.

유승안은 "시구를 받으면 포수가 시구자한테 기념 공을 당연히 줘야 하잖아요. 제 기억으로는 중간에 경호원이 한번 와서 쓱 접근을 못 하게 막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그랬죠. '이 공은 시구자한테 드리는 게 예의다'. 그래서 제가 조용히 드렸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진 개막전 야구의 꽃 홈런포의 주인공은 삼성 이만수, MBC 유승안, 이종도였다.

첫 홈런을 친 이만수, 만루홈런의 이종도 못지 않게 개막전의 사나이는 유승안이었다.

7-4로 끌려가던 7회 말 유승안은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유승안은 이날 경기에서 홈런을 포함해 혼자서 무려 4타점을 해결했다. 개막전의 사나이였던 이만수와 유승안은 당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들이었다.

당시 MBC 청룡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이 타자 가운데 가장 믿었던 선수가 바로 포수 유승안이었다.

유승안은 "당시 백인천 감독님 밑에서 훈련했던 내용 들이 정말 도움이 됐다. 개막전 오더가 나왔는데 포수에 4번 타자를 맡기더라. '이게 웬일이야?'" 했다"고 당시의 기쁨을 회상하며 "포수 4번 타자라는 것은 진짜 자부심이었다. 지금도 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야구 인생이 잘 풀렸다"고 덧붙였다.

유승안은 현재 한국 리틀야구연맹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종도의 개막전 만루홈런으로 MBC 청룡이 승리했지만, 유승안이 백인천 감독의 지시를 한 번 어긴 적이 있었다.

7대 7을 만드는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쳤지만 연장 10회 말 1사 2, 3루의 끝내기 찬스 상황에서 백인천 감독과 유승안 감독의 이른바 사건이 발생한다. 상대 투수 이선희는 1루가 비어 있어 고의 사구에 가까운 볼을 던졌고 3볼 0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선희의 네 번째 바깥쪽 볼을 무리하게 타격했다가 투수 앞 땅볼로 3루 주자 김인식이 홈에서 횡사했다.

백인천 감독은 어제(21일) KBS 스포츠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당시 너무 놀랐다. 어이가 없었다. 유승안 선수가 결정짓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이해했다. 아휴 (경기 끝나고) 혼났지, 나한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출범 개막전 수훈선수에게 주는 부상인 오토바이에 눈독을 들였다가 과욕을 부렸다는 후문도 있다.

유승안은 "마지막을 조금 망친 기분이 있는데…. 하지만 3점 홈런도 치고 포수에 4번도 치고 나로 인해 이종도의 만루홈런도 나오고…. 정말 훌륭한 개막전이었다."고 말했다.

백인천 감독의 대기 신호를 무시한 유승안은 다음 해 해태로 트레이드됐다. 그런데 이 일은 유승안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었다.

1984년 방수원이 광주 삼미전에서 KBO 역사상 첫 노히트 노런 경기를 하는데, 당시 해태 안방마님 위치가 유승안이었다.

결국, 이 일을 시작으로 포수 가운데 노히트 노런을 두 번이나 만들어낸 포수로 이름을 남긴다.

"방수원은 정말 재밌는 친구였다. 이 친구가 잘 던지다가 중간에 떨려서 못 던지겠다고 나한테 말하더라. '너 바보냐?' 고 단호하게 말하며 계속 던지라고 했다. 그리고 노히트 노런이 완성됐다." 유승안의 당시 회상이다.

그 뒤 빙그레 유니폼을 입게 된 유승안은 두 번째 노히트노런을 합작한다.

빙그레 이동석은 1988년 깜짝 반란을 일으켰다. 광주구장에서 열린 해태 전.

주인공은 또 무명에 가까운 이동석이라는 투수였고 더욱 화제를 몰고 온 건 상대 투수가 당대 최고 투수였던 해태 선동열이었다.

"이동석이라는 투수가 기억난다. 선동열하고 붙어서 노히트 노런이란 대기록을 만들었다. 파워 투수가 아니라 1회부터 아슬아슬하게 계속 갔다. 이 친구도 9회에 공을 못 던지겠다고 하더라. 그냥 땅볼만 유도하게 던져라. 타자들이 급하다. 땅볼만 유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원로 야구인들에 따르면 "경기 전 유승안이 선수들한테 선동열이 나오는 경기라 어차피 오늘 못 이기니까 이동석 투수가 만약 이기면 집을 팔아서라도 빙그레 선수들에게 돈다발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로 유승안은 선동열과 묘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

선동열에게 노히트 노런 패배를 안긴 해당 경기의 포수이자 1989년 선동열에게 데뷔 첫 만루홈런의 아픔을 맛보게 한 타자이기도 하다.

당시 스포츠 신문 1면이 '유승안 만루홈런'이 아니라 '선동열 만루홈런 허용'이라고 무척 아쉬워했다.

포수 이야기 도중 유승안은 최근 포수들의 FA 대박을 무척이나 반겼다.

"포수는 어머니라고도 하고 야전사령관이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요즘 선수들과 달리 포수를 맡아서 야구를 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 재밌는 포지션, 즐거운 직업이 포수였다. 포수 했다가 빙그레에서 외야로 나갔는데 재미가 없어서 못 하겠더라. 공도 한번 안 오더라. 나는 지금도 포수가 재밌다."고 포수 예찬론을 펼쳤다.

곧이어 "올 시즌 양의지와 유강남 포수의 FA 대박을 보면서 이제서야 포수라는 위치가 제대로 대접을 받는구나."라고 덧붙였다.

유승안(우) 리틀야구 연맹 회장이 백인천(좌) 전 MBC 청룡 감독에게 4할 타율 기념 사인공을 건네고 있다.


유승안은 또 의리의 사나이로 불린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백인천 감독을 지극 정성으로 보필하고 말동무가 되어준 야구인이 바로 유승안이다.

현재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직도 맡고 있다. 꿈나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와중에도 백인천 전 감독을 돕고 있었다.

"저 보다는 백 감독님을 인터뷰해 달라"고 당부하며 백인천 기록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프로 야구 41년 됐는데 기록이 한 명 밖에 없다, 불멸의 4할 타자"라고 소개했다.

프로야구 원년 최고의 타자는 MBC 백인천이었다. 타율 0.412를 기록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백인천 감독은 현재 그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생활 중이다.

이야기 도중 WBC로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됐다.

먼저 백인천 감독이 "예전부터 일본한테는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한국 야구는 아시아는 물론 이고 세계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응원했다.

곧바로 제자 유승안이 이어받았다. " 우리 감독님 말씀은 한국 야구의 근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지금 현재 일본보다 조금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를 한다. 하지만 우리 감독 코치들의 역량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근성으로 헤쳐 나가서 미국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틀야구연맹 회장답게 마지막은 야구 꿈나무 걱정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의 야구 선수, 지도자로서 만족하고 있고 현재는 어린 아이들을 육성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또 우리 대한민국 야구 저변을 위해서라도 어린이 야구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인천 감독과 유승안의 대화는 이후에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김도환 기자 (baseball3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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