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환노위 넘었지만…법사위·거부권 ‘산 넘어 산’
[‘노란봉투법’]
‘합법파업’과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등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입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은 이날 열린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재적의원 16명 중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개정안에선 △합법파업의 범위를 이익분쟁(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갱신)에서 권리분쟁(해고자 복직과 체불임금 청산, 정리해고 등)으로 넓히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산정”하도록 했으며 △신원보증인의 배상 책임도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로 확대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쟁의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환노위원인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뒤 “두산중공업이 청구한 65억 손해배상 폭탄에 고통받던 배달호 열사가 분신한 지 20년,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9년이 됐다”며 “자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용기와 목숨 건 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여야는 법안의 성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 통과 뒤 “이 법은 ‘손해배상 폭탄’을 방지하는 ‘산업현장 평화보장법’이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짜 사장 교섭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 법을 ‘불법파업 보장법’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방탄 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양곡관리법처럼 본회의에 직회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회법에선 법사위가 특정 법안의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안에 끝내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 있도록 규정했다. 환노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을 잡으면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이미 여러차례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를 강조해왔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법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큰 원칙”이라며 ‘재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노란봉투법 입법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국민의힘 의석(115석)만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입법권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법안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여권이 그런 점에 부담을 느낀다면 막판에 노란봉투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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