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尹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달라" 재계 호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전방위로 제기되는 가운데 재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하고 나섰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한 층 어려운 여건에 처한 기업의 절박한 요구에 윤 대통령이 화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은 기업 간 협력관계를 악화시키고 산업생태계를 무너뜨려 대항할 수 없게 만드는 반경제적 입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일호 상의 고용노동정책실장은 "논의조차 없이 '몇몇 조항을 바꾸는건데 어떠냐'는 식의 입법은 기업과 경제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행위이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은 기존 불법행위 체계에 반함은 물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노사갈등은 급증하고 산업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이 지난 15일 주요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거라는 응답이 100%(매우부정적 83.3%, 부정적 16.7%)였다. 기업들은 '교섭기간 및 노사분쟁이 장기화될 것'(93.3%)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조합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90%)라는 평가도 주류였다.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은 이미 해외서도 우려를 표할 정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2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시간당 42.9달러라며 경제수준에 비해 낮다고 발표했다. 미국(74.8달러)이나 독일(68.3달러), 프랑스(66.7달러)는 물론 영국(59.1달러)보다도 낮았다. 그러면서 OECD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조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들이 방어권을 갖지 못하는 것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이전 정부를 거치며 가뜩이나 노동자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그런 흐름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 국내 유턴)과 IRA(인플레이션방지법)는 기업에 더 큰 압박이다. 해외 진출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생산부품만을 사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한다. 미국 기업들과 협업이 필수적인 한국 기업들로서는 굳이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시행을 목전에 둔 노란봉투법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건 이 때문이다. 악전고투하는 기업을 두고 '횡재세'를 언급하는 등 일부 정치권의 왜곡된 시선에 기업은 더 지친다.
무협은 "과도한 기업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우리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2017년 3.2%에서 2019년 2.85%로 하락한 이후 작년엔 2.83%까지 하락했다"며 "이로 인해 약 50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날로 더해지는 각종 규제와 정치권의 무리한 압박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및 TSMC 팹(반도체 생산설비)이 착공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SK하이닉스의 용인 팹 착공엔 72개월(6년)이 걸린건 유명한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지역 여론에 밀려 결국 포항으로 옮길 판이다. 배경에 정치인들이 있다는건 다 아는 비밀이다.
최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한 중견기업 CEO는 "정치인들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얘기를 나누다가 '그냥 해외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던 기억이 난다"며 "노사관계에선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한데 노란봉투법까지 만들어내 기업을 죄악시한다면 우리 회사와 같은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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