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동 고덕, 급매 빠지자 호가 올리지만…더 센 둔촌주공 온다
고덕그라시움 전용59㎥ 14억→9.7억→10.3억
"강남 입주물량 많고 둔촌주공까지…반등 글쎄"
"상일동 고덕자이 전용 84㎡가 16억원대에서 12억원대까지 내려왔어요. 다만 최근 거래량이 늘면서 집주인은 호가를 높이고 있고요."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아파트 인근 A 중개업소 대표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아파트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고덕과 상일동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다진 게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까지 대단지 아파트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던 고덕동과 상일동에서 다시 거래량이 늘어나 관심이 쏠린다. 급매가 빠지면서 수요가 살아나는 듯 하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급매 위주의 매물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고덕동과 상일동 인근 중개업소는 그동안 집값이 수억원씩 빠졌던 터라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히지만 둔촌주공 입주(2025년 1월)때까지 한동안 약세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집주인 "급매 팔리니 가격 좀 높여볼까?"
이날 강동구 고덕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들은 "둔촌주공아파트 분양이 진행되면서 고덕동 일대의 거래량이 느는 등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난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13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 전용 59㎡와 전용 84㎡의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고덕동 일대에서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관련기사: 둔촌주공 주력 평형 완판…'영등포 자이' 순풍 이을까(2월15일)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인근 B 중개업소 대표는 "둔촌주공아파트 청약을 넣으려다 가격이 높아 못 넣은 사람들이 같은 생활권인 고덕동에서 급매물을 찾아 거래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동구 부동산 거래량은 총 1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거래량이 가장 많은 5월(81건)에 비해서도 한참 높은 수치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가장 적은 달은 9월(19건)이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고덕그라시움(2019년 9월 입주)은 15건, 고덕아르테온(2020년 2월 입주)은 13건, 고덕자이(2021년 1월 입주)는 6건이 각각 거래됐다.
시장에서 고덕동과 상일동 내 아파트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도 소폭 상승했다. 고덕자이 전용 84㎡는 지난 1월 11억3000만~12억200만원에 3건이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13억원에 이른다.
고덕자이 인근 C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호가가 상승하면서 최근 고덕자이 전용 84㎡의 경우 가장 저렴한 게 12억9000만원"이라면서 "그 외 매물 호가는 모두 13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가격 변동에 전문가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 1월 고덕 그라시움이나 고덕 아르테온 실거래량이 상당히 많았다"며 "급매물이 빠지면서 실거래가와 호가가 미세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동, 노원보다 집값 더 많이 하락
고덕·상일동 일대 급매물이 소화된 데에는 서울 타지역과 비교해서도 더 크게 집값이 하락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고덕동이 위치한 강동구는 2022년 2월14일부터 2023년 2월13일까지 1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총 9.7% 하락했다. 지난 1년간 집값 하락으로 관심을 모았던 노원구(9.7%) 집값 하락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절대적인 하락폭은 평균 아파트 가격이 높은 강동구가 더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월을 기준으로 강동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9억1267만원, 노원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1706만원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는 지난해 1월 14억4800만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9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5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지난달 2일 9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고덕자이 전용 84㎡(25층)는 증여성 거래 등 특수 거래일 것으로 추정했다.
C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래 내역을 확인한 후 인근 부동산에 모두 알아봤지만 해당 매물을 중개한 업소를 찾을 수 없었다"며 "애초에 시장에 나온 적도 없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해당 거래가 증여성 매매 등 특수거래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개 거래라고 표시됐지만 직거래 과정에서도 신고 등 편의를 위해 중개소를 끼기도 한다"며 "실거래가 추세와 가격 차이가 커서 정상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과 지난 4일 고덕자이 전용 59㎡가 각각 9억5000만원과 9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논란이 된 전용 84㎡ 거래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실거래됐다."둔촌주공 입주까지 2~3년 약세 이을듯"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지만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가가 오르면 매수인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하락할 때까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1월 거래량은 늘었지만 호가가 오르니 다시 관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전셋값이 받쳐줘야 하는데 최근 전세가도 하락세"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세가가 상승하고 집값이 올라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덕·상일동 아파트값 침체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2025년 1월 입주 예정)까지 2~3년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2019년 송파구 대표 대단지인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로 인근 전세가가 급락했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리서치팀장은 "둔촌주공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 지역에서 둔촌주공으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매하려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며 "전세와 매매 매물이 늘면서 다시 한번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올해 강남 입주 물량만 1만가구 정도 예정돼 있고 둔촌주공아파트도 입주 예정이라는 점에서 강동구 부동산 가격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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