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래시', DCU의 부활을 이끌 구원자가 될 상인가?

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2023. 2. 20. 10: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사진출처='더플래시' 메인예고편 영상 캡처

'흑역사', '이불킥'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가. 이 두 단어를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단어로 치환하면 '후회'라는 두 글자로 바꿀 수 있다. 세상 그 누구도 실수하지 않고 살 수는 없기에 여기에 후회라는 감정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법이다. 이때 사람들은 후회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보다 이미 발생한 실수 자체를 지우고 싶어 한다. 영화나 소설 같은 창작물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오는 6월 개봉하는 영화 '더 플래시'는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후회라는 감정보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 전개를 펼칠 예정이다. 이 작품은 DC 코믹스 원작 세계관에 지금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초대형 이벤트 '플래시 포인트'를 기반으로 장황하고 방대하게 펼쳐진 세계관의 스토리들을 재정립하게 된다.

'더 플래시'는 작품의 개봉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실제로 본인이 플래시처럼 초스피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착각했는지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인 주연 배우 에즈라 밀러의 사고 이력 때문인데 DC 스튜디오의 새 CEO 제임스 건은 이런 상황에도 '더 플래시'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앞으로 본인이 펼쳐나갈 새로운 세계관 'DCU'(DC 유니버스를 의미)를 펼쳐나가기 위해 절대 건너뛸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플래시'는 어떻게 DCEU가 수년간 쌓아온 '흑역사'를 일소할 수 있다는 것일까. 플래시가 데드풀처럼 과거로 날아가 저스티스 리그를 망친 조스 웨던 감독을 총으로 쏴 버리는 전개인 건 아니겠지?

답은 원작 코믹스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했던 '플래시 포인트'에 있다. 플래시 포인트는 원작 속 플래시(배리 앨런)의 숙적인 리버스 플래시(에오바드 손)이 배리 앨런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인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원작 속 배리 앨런은 플래시로서의 능력을 잃고 평범한 과학 수사대원으로서의 삶을 얻게 된다.

사진출처=예고편 영상 캡처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봐온 모든 시간 여행 스토리들이 그러하듯, 멀리 갈 것도 없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 떠올려도 슈퍼 히어로가 행복하고 평범한 삶과 영웅으로서의 삶을 둘 다 원했을 때 발생하는 파급효과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플래시 포인트 이벤트도 마찬가지였는데 배리 앨런은 억울하게 살해당한 어머니를 되찾은 것과 달리 이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이 본래 일어났어야 할 사건들이 역전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막장으로 치닫는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매번 죽음을 맞았던 토마스 웨인과 마사 웨인이 각각 배트맨과 조커가 되어 대립 중이며 당시의 강도 사건에서 사망한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의 아들 브루스 웨인이었다. 여기에 원더우먼과 아쿠아맨은 각각 뉴 테미스키라와 아틀란티스 세력을 이끌고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슈퍼맨은 캔자스주 스몰빌이 아닌 대도시 메트로폴리스로 비행선이 낙하하면서 미국 정부의 실험체 대상으로 전락한다. (어지간한 유명 트레이너가 달라붙어도 개선이 불가능해 보이는 슈퍼맨의 깡마른 몸은 직접 그림으로 접하면 그 충격은 배가된다.)

결국 배리 앨런은 아들로서 겨우 찾은 어머니와 당장 멸망하게 생긴 세계를 저울질해야 한다. 원작 속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시 어머니를 보내야 하는 아들의 눈물과 모든 상황을 어렴풋이 깨닫고 해야 할 일을 하라고 격려하는 어머니의 포옹은 플래시 포인트의 명장면이다.

이후 배리 앨런은 토마스 웨인 배트맨의 도움을 받아 힘을 되찾고 아쿠아맨과 원더우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장으로 향한다. 여기에서 다시 리버스 플래시를 만나 이 모든 난장판이 자신의 선택 때문임을 알게 되고 다시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내달린다. 플래시 포인트에서 가장 중요한 이 장면은 그동안 DC 코믹스 원작에서 방대하게 펼쳐져 있던 세계관을 정리하는 효과를 낳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의 기원과 성격이 새로 쓰였으며 일부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새롭게 정리됐다. 또한, 그동안의 작품 전개에서 사망했던 인물들도 자연스럽게 부활하는 결과를 낳았다. DC 코믹스의 세계관 재정립 및 리런치 프로젝트인NEW52(뉴52)가 시작된 것인데 지금까지 설명한 이 플래시 포인트가 NEW52의 결정적인 계기 혹은 매우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줬다.

사진출처=예고편 영상 캡처

영화 '더 플래시' 역시 원작 속 플래시 포인트를 적극 활용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앞으로 펼칠 DCU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열연했던 마이클 키튼이 등장하는 한편, '맨 오브 스틸'에서 등장했던 조드 장군, 파오라도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 CW 버스로 분류되는 드라마 '플래시'의 그랜트 거스틴도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당시 '삼파이더맨'의 감동만큼은 아니더라도 DC 팬들에게 충분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 플래시'는 작품성 면이나 흥행 성적보다 더 중요한 '기능적인 면'을 해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DCEU가 저지른 흑역사를 깔끔하게 팬들의 머릿속에서 지우는 일이다. 예를 들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이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원더우먼 1984'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DCEU가 저지른 지난 사고들을 지워야 할 영화 '더 플래시'의 주연 에즈라 밀러가 더 큰 사고뭉치라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지점이다. 슈퍼 히어로보다는 빌런 캐릭터가 더 잘 맞는 옷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동안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소리가 나왔겠지만, 지금의 DC 팬들은 오히려 '더 플래시'를 향해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에즈라 밀러고, 플래시 포인트고 뭐고 모르겠고 제발 작품 좀 잘 빠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솔직한 심정이다. 부디 '더 플래시'가 '맨 인 블랙' 요원들이 들고 다니던 기억 제거 장치 '뉴럴라이저'가 되어 DCEU에 상처받은 팬들의 두뇌를 리셋시켜 줬으면 좋겠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